아름답고 애틋한 우리 안의 보헤미안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2/27 [16:34]

 ©Opera Australia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하고 있는 오페라 ‘라보엠’을 지난 2월 11일 밤에 딸과 함께 보러 갔다.

 

‘라보엠’은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의 하나이다. 프랑스의 작가 앙리 뮈르제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바탕으로 화려한 파리의 뒤편으로 내몰린 가난한 삶 속에서도 예술을 향한 의지 하나로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경험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오페라이다.

 

라 보엠(La Boheme). 이탈리아어로 라(La)는 여성 명사 앞에 붙는 정관사이고, 보엠(Boheme)은 ‘보헤미안 기질’이란 뜻으로 예술가 또는 세속적인 풍습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헤미안의 어원은 프랑스어 보엠(Boheme)으로,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 유랑민족인 집시가 많이 살고 있었으므로 15세기경부터 프랑스인이 집시를 보헤미안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된다. 보헤미안이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 문학가, 배우,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1830년대 파리 라틴 지구를 배경으로 한 ‘라 보엠’(La Boheme)은 가난과 질병의 현실의 높은 파도를 헤쳐 나가는 젊은 보헤미안 예술가 그룹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두 명의 예술가인 시인 로돌포(Rodolfo)와 재봉사 미미(Mini)를 중심으로 한다.

 

그들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들의 관계는 오페라의 핵심이 된다. 로돌포와 미미의 친구인 화가 ‘마르첼로’와 가수 ‘무제타’는 지루할 뻔했던 ‘라보엠’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무제타(Muzetta) 역할은 ‘에스더 송’(Esther Song), 마르첼로는 에스더의 남편인 ‘하오티안 퀴’(Haotian Qi)가 맡았다.

 

‘라 보엠’의 이야기

 

오페라는 등장 인물들의 보헤미안 라이프 스타일을 배경으로 하는 기억에 남고 유쾌한 전주곡으로 시작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푸치니의 음악은 무세타의 왈츠의 장난스럽고 경쾌한 음악에서 미미의 아리아의 가슴 아프고 치솟는 멜로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변화는 라보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함께 재미를 더했다. 오페라는 4막으로 되어 있다.

 

제1막

 

크리스마스 이브, 시인 로돌포와 화가 마르첼로 그리고 철학자 콜리네, 음악가 쇼나르가 낡은 아파트에 추위를 떨며 모여 있다. 그때 집주인 베누아 영감이 찾아와 밀린 월세를 요구한다. 하지만 돈이 없었던 이들은 베누아 영감을 추켜세우며 영감의 혼을 빼놓으며 쫓아낸다.

 

이윽고 그들은 원고를 마치려는 로돌프를 홀로 두고 광장으로 향한다. 친구들이 떠나고 때마침 문 너머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미미이다. 로돌프는 바람 때문에 촛불이 꺼졌다며 불을 얻으러 온 미미와의 잠깐의 대화를 끝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버린다.

 

제2막

 

카페 앞 광장,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인파들로 가득이다.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미미와 친구들의 시선을 끄는 이가 있었으니, 마르첼로의 옛 연인 '무제타'이다. 무제타는 마르첼로를 발견하곤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요염한 자태를 아낌없이 뽐낸다. 가냘픈 핑계로 알친도르를 속인 무제타는 마르첼로와 재회하게 된다.

 

제3막

 

두 달 후, 얼굴이 창백해지도록 병이 악화된 미미는 마르첼로를 찾아가 로돌프의 지나친 질투와 의심에 힘들다며 토로한다. 뒤이어 로돌프가 마르첼로를 찾아오고 미미는 황급히 숨는다.

 

마르첼로를 찾아온 로돌프는 미미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때 숨어있던 미미는 기침 소리를 내고 로돌프에게 들키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허무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제4막

 

미미와 헤어진 로돌프, 무제타와 헤어진 마르첼로 두 사람의 대화는 그저 추억에 잠겨 허공을 나는 이야기이다. 그때 다급히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무제타이다. 무제타는 미미가 죽어가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무제타의 말에 로돌프는 미미를 찾아가고 로돌프는 힘 없이 누워있는 미미를 마주한다. 간절한 친구들의 기도에도 끝내 숨을 거둔 미미를 마주한 이들은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다.

 

라보엠의 음악

 

푸치니의 음악은 ‘라 보엠’을 정의하는 특징 중 하나이다. 풍부한 하모니, 기억에 남는 멜로디, 생생한 오케스트레이션이 특징이며,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감성적이고 극적인 임팩트를 만들어낸다. 음악은 스토리에 완벽하게 통합되어 캐릭터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청중과 캐릭터의 연결을 깊게 한다.

 

오페라는 등장 인물들의 보헤미안 라이프 스타일을 배경으로 하는 기억에 남고 유쾌한 전주곡으로 시작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푸치니의 음악은 무제타의 왈츠의 장난스럽고 경쾌한 음악에서 미미의 아리아의 가슴 아프고 치솟는 멜로디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의 변화를 통해서 분위기에 이끌어 간다.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로돌포가 미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아리아인 ‘Che gelida manina’이다. 아리아는 치솟는 멜로디와 풍성한 하모니로 가득 차 있어 로돌포의 강렬한 감정을 완벽하게 포착한다.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은 로돌포와 미미의 듀엣곡인 "O soave fanciulla"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두 사람의 사랑의 달콤함을 완벽하게 담아낸 섬세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듀엣곡이다.

 

오페라의 마지막 막은 특히 감정적이며, 음악은 미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비극을 포착한다. 음악은 섬세한 멜로디와 음소거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절제되어 삶의 연약하고 덧없는 본질을 완벽하게 포착한다.

 

라 보엠의 유산

 

1896년 초연 이후 ‘라보엠’은 역사상 가장 사랑받고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가 되었다. 1990년대 뉴욕시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렌트’를 포함하여 수많은 각색과 개작에 영감을 주었다. 오페라의 지속적인 인기는 시대를 초월한 주제와 강력한 음악에 대한 증거이다.

 

▲ Opera Australia     

 

오페라의 지속적인 인기의 비결은 접근성이다. ‘라보엠’은 매우 감성적이고 극적인 작품이지만 매우 선율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음악은 전에 오페라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익숙하다. 이러한 접근성 덕분에 노련한 오페라 관람객과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

 

오페라의 또 다른 하나는 보편성이다. 이야기는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랑, 상실, 인간 관계라는 주제는 시대를 초월하고 보편적이다. 등장인물들의 고군분투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친숙한 것이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울려 퍼지는 것이다.

 

‘라보엠’은 한 세기가 넘도록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대를 초월한 오페라의 걸작이다. 젊은 시절의 사랑, 가난, 질병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 아프고 솔직하며, 음악은 감성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오페라의 지속적인 인기는 보편적인 주제와 강력한 음악에 대한 증거이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관객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김환기|본지 영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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