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목회, 이 시대 어울리는 선교입니다

이신성/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11/27 [15:05]

▲ 목회자이지만 카페 사장이고 목수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라는 점에서 스스로 ‘이중직 목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국교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는 안준호 목사.©교회와신앙     

 

“이중직 목회를 통해서 이 시대에 어울리는 선교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 ‘커피마을’, ‘마을공작소’ ‘달려라커피’를 운영하며 일산에 위치한 참포도나무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이중직 목회자입니다.”

 

안준호 목사(54세, 이중목회자연대 대표, 참포도나무교회, 경기도 일산 소재)는 이중직 목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듯 한국교회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고 상기시키며 이중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 ‘커피마을’, ‘마을공작소’. ‘달려라커피’를 운영하며 참포도나무교회에서 담임목회하고 있는 이중직 목회자다. 

  

그는 2004년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일도 함께 시작했는데,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그는 감신대와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목공기초’를 강의하고 있다.

  

이중직 목회란 말에서 일단 ‘이중’이라는 어감 자체는 부정적이다. ‘이중 국적’, ‘이중 스파이’ 등의 단어들이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하는 목회’, ‘자비량 목회’, ‘겸직 목회’ 등으로 언급되고 있다. 

  

▲ ‘커피마을’과 ‘달려라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카페 사장이기도 한 안준호 목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교회와신앙     

 

하지만 하나에 집중해도 잘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목회와 일을 겸직하며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여겨지는 면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일을 이중직 목회자들은 해내고 있다.

  

안 목사는 ‘목회자’이지만 ‘까페 사장’이고 ‘목수’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라는 점에서 스스로 ‘이중직 목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국교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는 현재 ‘이중직 목회자 연대’ 대표이다. 이 단체에는 현재 8백 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안 목사가 이중직 목회자 연대를 만들게 된 계기는 자신이 소속된 교단 내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감리교 소속 목사이다. 2020년에 교단 총회에서 <교리와 장정>을 개정하는 안이 올라왔는데, 교역자의 범과 조항 중 하나에 ‘교역자의 이중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조항이 통과되면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중직 목회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글을 썼고 문제 의식을 공유한 사람들과 이중직 목회자 연대로 모이게 됐다.

  

이중직 목회자 연대에서 초기에 진행한 일은 ‘미나리 포럼’이었다. 신학교 교수를 초청해서 이중직 목회의 신학적 정의, 교회 역사에서 이중직 목회가 나타나 확산됐으며 이중직 목회자는 예배를 어떻게 드리고 선교를 하는지, 설교 준비를 어떻게 하며 기도를 하는지 살펴봤다. 

  

안 목사는 이중직 목회에 관한 신학적 내용을 소개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이중직 목회와 관련된 이슈가 생겼을 때 공론의 장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는 여전히 이중직 목회자에 대해서 ‘생계형’이라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 그는 한국에 온 외국인 선교사들 대부분 이중직 목회자였다면서 선교사들은 교회 세우기 전에 먼저 병원, 학교, 사회단체를 세웠다고 언급했다. 주변 이웃들과 친구가 되고 나중에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교회를 세웠다는 것이다.

  

안 목사는 오늘날 이중직 목회도 그런 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상황에서, 기존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가 아니라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사람들의 삶에 다가가 그들과 만나고 친구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목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이중직 목회가 새로운 선교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은 시간의 한계 속에 있는 존재이다. 하루 24시간이라는 동일한 시간 속에서 일하며 동시에 목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중직 목회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제일 어려운 문제는 ‘힘이 분산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중직 목회자들은 설교 준비도 해야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도 성실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성교회 목회자들은 주일 예배를 중심으로 설교를 목양실에서 준비하지만, 이중직 목회자는 세상에서 일을 하면서(택배, 커피, 노동 등) 삶의 현장에서 설교를 준비한다고 알렸다.

  

▲ 안준호 목사는 "이중직 목회는 이 시대에 아주 잘 어울리는 선교입니다"라고 강조했다.©교회와신앙     

 

안 목사는 이런 차이점 때문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설교와 영적 리더십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존 목회자들의 설교는 지극히 교리적이고 신학적이지만, 복음을 살아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이중직 목회자들에게서 나오는 언어와 기도와 설교는 전혀 다릅니다”고 전했다. 

  

물론 이중직 목회자들이 설교나 예배에 소홀할 수 있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고 인정한다.

  

두 번째로 그가 언급한 이중직 목회의 힘든 점은 육체적 한계이다. 하루 8시간 정도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쪼개어 목회를 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온라인 상에서 이중직 목회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전개됐다. 그런 논쟁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이고,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 안준호 목사는 ‘마을공작소’를 운영하는 목수이기도 하고, 감신대와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목공기초’를 강의하는 강사이다.©교회와신앙     

 

“어느 목사님은 목회자는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시지만 도시 교회는 작은 교회가 문제입니다. 도시에 있는 교회는 월세를 내야 하고 목회자의 집 월세도 내야 하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 필요합니다. 

  

이중직 목회를 하는 사람들은 그 부분들이 교회 재정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이중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도시 지역 개척교회 목회자의 삶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안준호 목사는 도시 지역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교회 운영뿐만 아니라 가족 부양이라는 이중고를 감당하기 위해서 이중 목회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하며 이해를 구했다.

  

이와 함께 이번 논쟁에서 나온 목회 ‘프로’와 ‘아마’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목회자는 인간 영혼을 다루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이 아마추어라고 여겨질 만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목사는 “목사는 프로고 성도는 아마추어라고 하셨는데 이것도 폭력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동일한 선수들이고 군사들입니다. 다만 목사가 신학 공부를 하는 것은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바른 교회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를 설교자로 국한한 것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회자를 설교 준비하고 설교만 하는 사람으로 축소시켰다며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안 목사는 “설교 잘 하는 목사보다는 자신의 설교를 삶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이중직 목회자입니다. 이런 이중직 목회자를 폄하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기존의 목회 방식만 정당한 목회이고 이중직 목회는 특수 목회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차별과 혐오적 발언으로 이것을 멈춰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중직 목회자의 직업에 딴지를 걸기보다는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안 목사는 이중직 목회는 다양화된 목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살피며, 카페교회는 커피 나누며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가 담임하고 있는 참포도나무교회는 40명 정도 모인다. 그들은 전부 안 목사가 전도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는 “저 같은 목사에게 이중직이 새로운 목회의 장이 됩니다”라고 전했다.

 

 안 목사는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구현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이중직 목회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목회 다양성으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한국교회 목회자는 단순히 설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성찬적 삶을 실천함으로써 친교(코이노니아)와 봉사(디아코니아)의 장을 새롭게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신성|교회와신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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