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몽에서 빛을 보다|배용찬 지음

기독교문서선교회, 2011, 287쪽 사륙판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12/26 [12:34]

한 권의 책이 갖는 기능은 앞서가는 훌륭한 사람(저자)과의 속삭임이며, 그에게 한 수 배우는 스승을 모시는 것이며, 무료함을 달래주는 놀이감이기도 하다. 특히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책 읽기의 기쁨은 두 배가 되는 것은 그만큼 공감과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필자에게 들려진 이 한 권의 책은 2011년 한 해를 보내면서, 척박한 삶을 헤쳐온 한 이민자의 진솔한 고백이며, 흔적이며, 삶의 여정일 뿐만 아니라 이민사회 퍼즐의 한 조각이기도 하다.

제목이 <미몽에서 빛을 보다>는 저자의 애환이며, 눈물이며, 땀이며, 신조이기도 하다. 그만큼 밑바닥을 향해 치면 튀어오르는 공처럼 한국에서 쌓아온 자존감이 이민의 현장에서 바닥(미몽)을 향해 한없이 추락할 때 빛을 보며 감격하는 모습을 담은, 산문집에 걸맞은 시적 비유의 소산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가감 없이 제목에 반영한 결과이다.

저자는 ‘알토란 같은 40대’에 이민이란 새로운 전환의 시간을 갖는 것부터 잔잔히 풀어낸다. 그러나 그렇게 태평양을 넘으며 감행한 이민이 코리안 드림, 아니 소박한 꿈을 성취하기까지엔 신기루였고, 오랜 기다림이 요구되었다. 마치 40대에 미디안광야로 이민을 떠난 ‘이민의 선배’ 모세처럼.

▲     ©크리스찬리뷰


모세가 광야에서 비로소 떨기 속의 하나님을 만나듯이, 저자는 광야 같은 이민의 삶에서 하나님을 만난 과정부터 이민생활과 교회의 불가분의 관계를 2차방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빛나는 경력’으로 갈고 닦여진 자부심은 막노동으로 여지없이 깨어지는 아픔은 이민생활에 정착하는 필수적인 ‘껍질깨기’였음을 소개하고 있다. 신앙과, 이민 4반 세기의 벅찬 은혜와 호주와 땅 끝에 이른 선교지에서 역사의 현장, 가난의 현장, 소명의 현장을 목도한다.

저자는 글을 많이 썼다. <예수, 알면 믿는다>(한언, 2005), <태초에 하나님이>(예영, 2007) 등을 통해 글의 온도가 뜨거운 책을 선보였다. 어떤 뜨거움인가? 절망에서 새롭고 산 소망의 길로 인도해준 빛을 향한 뜨거움, 긴장과 갈등 속에서 그래도 길은 있다는 환희에 대한 감격, 고향과 가족을 상실한 이민의 삶에서 고향(교회), 새로운 가족(교우)을 만난 새로운 사회와 관계의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머나먼 별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 내 가족 이야기, 우리 교회 이야기...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문질러 미몽에서 빛을 발견한 그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농축되어 있다.

그러기에 지극히 당연한 지루하고 졸리운 이야기가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공감이 있고, 공명이 있고 속도감이 있어 쉽게 읽혀지고도 여운이 있는 책이다.〠 <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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