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병원

헤브론병원 24시

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2/23 [16:09]
▲ 헤브론병원에서 심장수술 받은 어린이가 김우정 원장에게 감사의 꽃을 전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창간 25주년 감사예배를 드리면서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 김명동 목사와 캄보디아 사진선교 파송기도를 받으며 2월 4일(수) 저녁 여유롭게 시드니공항으로 향했다. 시간은 여유있게 떠났지만 집을 나서기 전까지 컴퓨터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해결할 사항들을 미리 점검해 놓고 떠나려니 여간 분주한 게 아니었다. 빨리 떠나야만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카메라 장비 구입한 것이 있어 세금 환급을 받으려고 TRS로 들어서니 세금 환급받으려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니 조금 늦게 나오면 이것도 받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1시간여 만에 겨우 세금 환급을 받고 말레이시아 항공이 출발하는 33번 게이트로 향했다. 

▲ 쿠알라룸푸르 공항 환승동은 2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게이트에 도착하니 말레이시아 항공, 스리랑카 항공, KLM 네덜란드 항공 등 3개 항공사가 공동운항하는 비행기였다. 그래서 만석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리를 잡고 출발하려는데 친절한 남자 승무원이 빈자리로 가라며 자리를 잡아준다. 비행기를 둘러 보니 좌석의 반도 안찬 것 같았다.
 
그런데 21:55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움직임이 없다. 기장은 곧 출발한다고 몇 차례 방송을 했는데, 11시경 기체 결함으로 출발할 수 없으니 모두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쿠알라룸푸르 공항 환승장에서 마주친 이슬람교도들.     © 크리스찬리뷰

승객 모두가 투덜대며 입국장을 지나 짐을 찾고 말레이시아항공 카운터로 갔더니 공항 인근에 있는 호텔로 가서 1박 하면 전화로 연락하여 출발 시간을 알려 주겠다고 말한다. 언제 출발하게 되는지조차 모른채 버스에 올라타고 호텔로 가서 인터넷을 연결하여 헤브론병원과 오마선교회 관계자들에게 이메일로 비행기가 결항되었음을 알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지나고 있었다.
 
언제 짐 싸들고 공항으로 가야할지 모르기에 잠도 오지 않았는데,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지 전화벨 소리에 깨어 시계를 보니 5시 45분, 6시 15분까지 로비로 나와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라는 메시지였다. 이만 겨우 닦고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짐을 싸들고 내려와 공항으로 향했다. 30여 명의 일행들도 모두 잠을 설친 것 같았다. 

▲ 헤브론병원으로 가는 포장이 안된 길가에 오토바이가 즐비하다     © 크리스찬리뷰

전날과는 달리 체크인 카운터는 장터를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이었다. 1시간여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와서 체크인을 하는데 여직원의 인상이 깐깐하게 보였는데 그래도 무슨 문제가 있겠나 싶었는데 핸드 캐리어 하는 짐이 몇 개냐고 묻는다. 가방 하나와 노트북 하나라고 말했더니 가방 무게를 재어 보겠다며 저울에 올려 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좀 무거워서 걱정했는데 무게가 14kg, 기내에 핸드 캐리할 수 있는 무게가 7kg이니 짐을 둘로 나누던가 아니면 수하물로 부치라는 것이다. 가방을 열어 모두 카메라 장비인데 부칠 수는 없다. 어제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왜 그러느냐고 항의해도 원칙이 그렇다고 답할 뿐 대꾸도 안한다.  

▲ 헤브론병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차승연 선교사(오른쪽)     © 크리스찬리뷰

마침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취재기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준 작은 가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에 카메라와 70-200mm 줌렌즈를 담고 다시 무게를 달아도 10kg이 넘는다. 그래서 렌즈 하나를 떠 빼낸 다음 보딩패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여직원이 얼마나 밉던지…. 기다리는 사람이 한둘도 아닌데 나 하나 때문에 30여 분 이상을 소비했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 카메라와 렌즈를 다시 가방에 담고 들어갔다. 여기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지 도저히 9시 50분 출발하는 비행기에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왜 여직원이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는지 더 밉기만 하다.
  
출발 임박하여 비행기에 올랐는데, 나는 비행기를 타면 복도 쪽을 선호하는데 좌석을 보니 4명이 앉는 안쪽이 내 자리였다. 잠시 후 양옆에 여자들이 자리에 앉았는데 모두 히잡을 쓴 이슬람교도들이었다. 좌석을 둘러보니 뒤쪽 좌석이 비어 있어서 비행기 문을 닫으면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려 마음먹고 있었는데 막상 출발 전에 뒤쪽에 가서 살펴보니 보니 승무원들을 위한 지정 좌석이라고 써놓았다. 포기는 빨리해야 하는 법,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잠이나 푹자고 나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하겠지 하며 잠을 청했다.

▲ 주방 봉사하는 김인숙 원로권사, 한혜숙 사모, 박정희 권사     © 크리스찬리뷰

어제 저녁부터 줄서기에 지쳤기 때문에 언제 잠이 들었는지 식사하라는 소리에 잠을 깨어 주위를 살펴보니 아직도 비행기가 뜬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비행기는 하늘 높이 떠서 한참 비행 중이었다. 그만큼 정신없이 잠을 잔 것이다.
 
지루한 비행 끝에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20분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 항공 카운터로 가서 1박을 위한 위한 호텔을 배정받았는데 C5 게이트 근처에 있는 공항 내 사마•사마 호텔(Sama.Sama Hotel)이었다. 말레이시아에 왔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공항 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 헤브론병원 수술방에서 수술 장면     © 크리스찬리뷰

호텔로 향하면서 히잡과 차도르를 입은 여성들과 까만 옷에 눈만 보이는 니캅을 입은 여성들, 흰색 옷과 모자를 쓴 이슬람 남성의 전통복장인 ‘깐두라’를 입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보며 이곳이 이슬람 국가임을 한눈에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이 기도하는 시간이었는지 흰옷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출국장 안에서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공항 면세점들을 둘러보며 당장 전기 어댑터가 필요하여 구입했는데 US $199로 면세가격인데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도 계속 필요할 것 같아 눈 딱 감고 카드로 결재했다. 공항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공항답게 현대식 건물로 깨끗했고, 인천공항에서 보았던 공항 환승 무인전동차(Aerotrain) 2대가 부지런히 달리고 있었다.
 
▲ 호주에서 단기의료선교를 자원한 김엘림(왼쪽), 조응섭 간호사.김재헌 마취의(가운데)    © 크리스찬리뷰

▲   오른쪽은 외과의 김재선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어댑터가 생각보다 실용적이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잘 구입했다는 생각을 하며 노트북에 전원을 연결하고 USB도 2개나 꽂을 수 있어서 모발폰에도 연결했다. 호텔과 공항 내에서는 어디든 와이파이 연결이 되어 인터넷과 카톡 사용에 큰 불편은 없었다. 일단 헤브론 병원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고 내일 아침에 프놈펜에 도착하니 공항 픽업을 부탁한다고 전한 뒤 지인들에게 이곳까지 힘들게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렸다.
 
하루 늦게 캄보디아로 들어가게 되어서 도착하면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몇 번이나 깨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알람을 틀어 놓았지만 만약 비행기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있었던 것 같다.
 
▲   © 크리스찬리뷰

6일(금)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 주위를 산책하고 9시 25분 출발하는 프놈펜 KM752편을 타기 위해 여유있게 공항으로 향했다. 프놈펜으로 출발하는 H10 게이트는 에어로트레인을 타고 가야 했는데 시간을 재어보니 딱 2분이 걸렸다. 프놈펜행 비행기를 타고 1시간여 날아가니 벌써 프놈펜 국제공항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캄보디아는 포장 안된 길과 나무가 보이지 않는 삭막한 분위기였다. 이런 곳에 공항이 있다니…. 미리 준비해 간 사진 1장과 미화 $30을 주고 비자를 받은 후 공항 밖으로 나오니 헤브론병원에서 나온 현지 운전기사가 노란 팻말을 들고 있어서 쉽게 만나 헤브론병원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운전기사의 말을 듣고 차에 올라 헤브론병원으로 향했는데 포장도 안된 도로에 캄보디아 대중교통수단인 툭툭이(tuktuk)와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서로 엉켜 질주하는 장면이 금방이라도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는데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가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소통이 잘되고 있었다. 먼지 속 시장거리를 지나니 바로 사진으로만 보던 헤브론병원이 보였다. 
▲ 커피 목사로 통하는 양순식 선교사가 커피를 볶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병원에 도착하여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차승연 선교사의 안내를 받아 병원 맞은편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간단히 병원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병원장 김우정 선교사를 병원 로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김 원장의 안내로 병원 시설들을 둘러 보며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김 원장께 한 가지 특별한 부탁을 했는데 내가 병원 구석구석을 촬영 다닐 때 선교사나 의료진들이 나를 투명 인간으로 생각하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헤브론병원 24시’라는 제목을 정해 놓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장면은 무엇을 촬영해야 좋을지 생각하며 김 원장과 병원 내에 있는 카페 앞을 지나는데 7-8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김 원장에게 다가와 작은 꽃 두 송이를 건네는 것이다. 이 어린이는 2년 전 한국에 가서 심장수술을 받았는데 감기에 걸려 병원에 진찰받으러 왔고 김 원장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작은 꽃을 들고 온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을 촬영한 뒤 시드니에서 준비해 온 작은 코알라 인형을 이 어린이에게 선물했다. 

▲ 캄보디아 의료진과 함께 회진을 돌며 예수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정금모 선교사(내과 전문의)     © 크리스찬리뷰

게스트 하우스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메뉴는 튀김 요리와 모밀국수로 참으로 맛있었다. 주방에는 김 원장 부인을 비롯한 5-6명이 조리와 배식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가 하얀 할머니(김인숙 권사) 한 분이 열심히 주방 일을 섬기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호주에서 온 의료진도 있다며, 두 사람을 소개했는데 캔버라한인장로교회 김광호 목사 둘째 딸 엘림 양이 간호사로, 시드니다음교회와 시드니갈보리교회가 파송한 외과 의사 김재선 선교사를 반갑게 만났다. 점심 후 본격적으로 병원 투어를 하며 촬영을 하기로 했다. 나는 가능한 환자나 의료진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거부하지 않아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다니며 촬영할 수 있었다.
 
오후에 수술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술실로 가서 가운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수술방으로 들어가서 환자를 기다리는데 치질 수술 환자가 한국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가운을 벗고 수술방을 나와 외래진료가 한창인 외과(6번), 내과(5번), 검사실(10~13번), 약국 등을 돌며 진료 장면들을 촬영했다. 
 
각 과는 1번부터 14번까지 숫자로도 표기되어 있어서 환자들이 숫자만 보고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을 폐기하는 병원 직원들     © 크리스찬리뷰

오후 2시, 진료가 시작되기 전 2층 입원실 간호사들이 한 군데 모여 찬양을 하며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로 오후 일과를 시작했다. 그때 수술방에서 항문 부분에 있는 악성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재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20대 젊은 여성이었는데 한국인 외과의사가 수술하며 현지 의사들과 간호사들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알려주며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여자 환자와 내 눈이 마주쳤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려니 미안한 감도 들었지만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예수님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의사의 손을 카메라에 담았다.
 
약국으로 들어갔는데 허리 구부정한 은퇴한 최수일 장로가 약국장이다. 한국인 여자 약사와 현지인 등 4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쓰레기 봉투에 계속 약들을 버리고 있어 물었더니 한국에서 보내 준 약들의 유효기간이 지나서 모두 소각처리하려고 유효기간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하며 내일(토) 오전 8시 30분부터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을 창고에서 대대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약국은 요일마다 다른 봉사자들이 오기 때문에 근무 인원은 매일 다르지만 월요일에는 4명의 봉사자가 오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한다고 하여 월요일로 촬영을 미루었다. 

▲ 병원 식구들에게 최상의 신선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여선교사들.     © 크리스찬리뷰

약국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외래환자들의 대기장소에 눈길을 끄는 장면이 펼쳐졌는데 현지인 전도사 콩 픈(Kong Pheoun) 씨가 대기환자들에게 복음을 제시하고 환자를 위해 기도해 주고 있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기도하는지 진찰을 받기도 전에 기도로 병이 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픈 전도사의 전도 장면을 계속 주시하며 촬영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픈 전도사는 매일같이 이곳에서 이렇게 열심히 전도를 하고 있었다.
 
저녁 회진 시간이 되어 2층 병실로 올라가 의료진들과 함께 병실을 돌았다. 한국인 의사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를 친절하게 확인하고 현재의 컨디션이 어떠지 물어보며 간호사와 현지 의사들에게 처방을 내리고 현지인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병실을 나오는 그런 회진 장면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저녁에도 계속 병실을 돌며 촬영하려는데 약국장 최 장로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어서 어디 가느냐 물었더니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하기에 따라나섰더니 현지인 여자 한 명이 3층 교회당에서 최 장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한다. 알고 보니 장로님이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여직원이었다. 
 
▲ 새벽 병실     © 크리스찬리뷰

한국말 교재를 꺼내어 지난 번에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며 새로운 말들을 하나하나씩 가르쳐 나가고 있었다. 선물을 주고 받았을 때의 감정(기분)이 어떤지 말해 보라고 했는데, 나는 준비해 간 코알라 인형과 연필을 그녀에게 주었더니 최 장로가 지금 선물 받은 기분을 적어 보라고 했다. 이렇게 한글 공부가 시작되었다.
 
같은 시간 교회당 옆방에서는 선교사들의 제자양육과정 공부가 진행되고 있었다.
 
병동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데 원내가 진한 커피향으로 진동한다. 향기를 따라 가보니 카페에서 커피 볶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커피 목사로 통하는 바리스타 출신의 양순식 목사가 직접 커피를 볶아 냉동고에서 10일간 숙성시킨 후 필요한 만큼 냉장고에 넣어 두고 사용한다고 한다.  
 
▲ 헤브론교회 주일예배를 마친 후 기념촬영.     © 크리스찬리뷰

이 카페는 미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병원 내에 건물을 지었지만 막상 운영할 사람이 없어 언어연수 중인 양순식 선교사에게 무료로 건물을 빌려 주고 전기값만 받고 운영하고 있다.
 
양 목사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신선한 콩으로 커피를 제조하여 커피를 뽑고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이날 그로부터 맛있는 커피 대접을 받고 밖으로 나오니 보름달이 원내를 환히 밝히고 있었고 카페에서는 양 선교사가 계속 커피를 볶고 있었다.   
 
7일(토)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에 병실을 돌았다. 모두들 자고 있었는데 병간호하는 식구들은 땅바닥과 빈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은 약국장 최 장로와 함께 병원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국수로 때웠고,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폐기할 약들을 처리하기 위해 선교사들과 봉사자들이 모인다 하여 병원 뒷편에 있는 창고로 갔더니 수많은 약들을 오늘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한국에 있는 제약회사들이 약들을 무상으로 보내주는데 유효기간이 임박해서 보낸 약들은 처방되지 않으면 그대로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NGO 병원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처방했다 보건부나 관계기관에 적발되면 병원을 닫아야 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헤브론교회 주일학교     © 크리스찬리뷰

20여 명의 봉사자들이 박스를 하나씩 깔고 앉아 약국장이 꺼내오는 약들을 분류하여 비닐 봉지와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알약, 물약, 가루약, 고체약 등 포장을 뜯고 약을 사용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폐기했다.
 
오후에는 프놈펜 시내에 있는 중앙시장으로 쇼핑에 따라 나섰다. 한 주간 동안 선교사들에게 제공할 반찬거리와 과일 등 필요한 생필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하는 쇼핑이다. 한국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시내에 있는 시장이라 그런지 대체로 깨끗하게 정돈된 분위기였다.   
▲ 이른 새벽부터 병원을 찾은 환자들. 오전 2시 20분에 촬영했는데 이들은 2시 이전에 왔다고 말했다.     © 크리스찬리뷰

쇼핑을 마친 후 시내 구경을 하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글로리아 진스라는 간판이 보였다. 캄보디아에 호주 커피 전문점 진출이라니 상당히 반가웠다. 그래서 내가 커피를 사겠다며 차를 세우고 일행들과 그곳으로 들어갔다.
 
최근에 지은듯 현대식 단독 건물에 세련된 실내장식으로 치장된 글로리아 진스는 시드니보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2층에 오르니 아름다운 강변이 보인다. 메콩강과 연결되는 바삭강인데 씨엡립 톤레삽 호수로 연결된다고 한다.
 
밤 늦도록 병실을 돌아보며 촬영한 사진들은 다운로드 받고 하루를 마감했다.       
 
▲ 환자들은 오전 5시부터 순서표를 받는다.     © 크리스찬리뷰

8일(주일)
새벽녘에 병실을 둘러 보니 일부 환자들이 퇴원한 것 같았다. 병실은 조용했고 환자들의 잠자는 모습, 가족들이 빈 침대와 바닥에서 곤히 자는 모습들이 안스러웠다.
 
병원 3층에 있는 헤브론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9시에 예배가 시작되었는데 병원에서 보았던 자매들이 찬양팀으로 섬기고 있었고 문선연 목사가 캄보디아인 전도사를 통역으로 세우고 설교했다. 설교 후 한 여인의 간증이 있었는데 자신의 아들이 빵 속에 마약을 넣어 태국에 팔다 걸려 28년형 받았다며 눈물로 간증했고 예배 후 이 여인과 아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문선연 목사와 성도들이 합심하여 기도했다. 
 
▲ 순서표를 받고 팔뚝에 확인 도장을 받은 환자들은 빠르면 9시부터 진찰을 받게 된다.     © 크리스찬리뷰

이날 오후 행정실 차승연 선교사로부터 병원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촬영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시내로 나가 점심을 함께 하고 마트에 들렸는데 여기가 캄보디아인가 할 정도로 호화판 쇼핑센타였다. 시드니의 콜스나 울워스보다 뒤지지 않는 시설과 상품들이 즐비했다. 거리엔 밴츠, BMW 등 고급차도 즐비했는데 빈부의 차가 격심하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가격은 US $로 표기되어 있어서 여기가 미국인가 하는 착각이 생길 정도로 모든 거래가 미화로 계산되고 있었다. 또한 주차를 하면 반드시 주차요원에게 1천 리엘(US $1=4,000리엘) 팁으로 주는 것이 관례이다. 
 
시내에서 돌아와 오후 3시 30분부터 병원 내 무료환자 대기소에서 진행되는 주일학교 예배 참석하여 촬영하고 선물로 가져간 코알라 인형과 연필을 선물로 주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QT 마친 후 회진 도는 강재명 선교사(내과의)와 캄보디아 의료진들     © 크리스찬리뷰
 
9일(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로 하고 새벽 1시에 일어나 병실을 둘러보니 환자도 별로 없었는데 병실 한 곳은 환자들이 모두 잠을 자지 않고 있어서 눈인사만 나누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4시가 조금 못되어 잠에서 깨어났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니 벌써 병원 출입문 앞에 50-60명이 8명씩 줄서 앉아 있었고, 문밖에는 오토바이와 툭툭이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고, 병원 입구에 있는 3개의 점포(음식점)도 아이들까지 일어나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 새벽부터 밤을 지새며 진찰 순서표를 받기 위해 헤브론병원 마당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 이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 온 사람들이다.(촬영시간 새벽 3시경)     © 크리스찬리뷰

줄지어 앉아 있는 환자들을 촬영하고 병원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는데 너무 어두워 삼각대를 갖고 오지 않아 촬영을 포기하고 다시 출입문 앞으로 향했는데 벌써 5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병원 행정실 김동균 선교사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는 도착한 순서대로 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표를 받은 사람들은 팔뚝을 내밀고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표를 받고 본인이라는 확인을 받기 위해 팔뚝에 도장을 찍어 주는 것이다. 이 표를 받아 다른 사람에게 주던가 팔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환자라는 표시로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상당 수 있었고, 어린아이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는 이들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날 번호표는 164번까지 나갔는데 표를 나눠주고 팔뚝에 도장을 찍어 주는데 불과 5분이 안걸렸다.
 
▲ 오전 7시 30분, 의국에서 QT하는 의사들   © 크리스찬리뷰

아침부터 너무 힘을 쓰면 오늘 하루 촬영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일단 숙소로 돌아와 사진부터 정리했다. 오전 7시 30분, 병원 3층에 있는 헤브론교회당에서 월요일에는 전 직원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오늘은 전주 희년교회 단기선교팀이 특별순서를 맡았는데  판토마임 공연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이어 무료환자들의 대기장소에서 단기선교팀의 몸찬양과 함께 삐에로 복장으로 환자들과 어울리며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가 하면 풍선아트와 크고 작은 방울을 만들어 날리자 환자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시드니다음교회(담임목사 김도환) 단기선교팀이 헤브론병원을 방문하여 원장 김우정 선교사로부터 병원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  헤브론병원 앞에 있는 상점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사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 크리스찬리뷰

이날 나는 1번 방부터 14번 방으로 나눠져있는 각 과를 번호순서대로 순회하며 촬영할 계획을 세웠는데 각 과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그저 발닫는 방들을 기웃거리며 진료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다양한 장면들을 담기 시작했다.
 
카메라 2대를 메고 병원 구석구석을 하루 종일 다니려니 이 작업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탐방이나 인터뷰 촬영할 때와는 달리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힘든 작업이었다.〠 <다음 호 계속> 

글.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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