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5/26 [14:31]
Q 저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싫다하지 않고 다 맡아서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런 수고를 알지 못하고 저에게 너무 함부로 대하며 일을 더 많이 시킵니다.  저의 상사는 그런 착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이 해야 할 일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저에게 시키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한 것이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저에게 화를 냅니다. 직장에서 늦게 집에 오지만 집에서도 저는 아내를 열심히 도우려고 애쓰는 남편인데 저는 그런  나에게 무능력하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귀하의 경우는 “자신은 착하고 성실한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자신을 이용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귀하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 말이 맞는 것 일 수 있지만 어쩌면 싫은 것은 싫다, 좋은 것은 좋다라고 명확히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생님이 부탁하는 일을 다 들어 주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일을 부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는 늘 자신의 몸은 챙기기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 일에 관심을 보이고 늘 피곤해 하는 남편의 모습이 측은하면서도 답답해 보였는 지도 모릅니다. 사랑하고 아끼기에 더 답답하고 화가 나서 표현을 그렇게 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남편이 좀 바뀌어 집에 일찍 돌아와 아이들을 함께 봐 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화가 나서 “당신은 무능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늘 일을 부탁하는 상사는 권위자로서 늘 귀하를 대하지만 마음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귀하가 생각하는 만큼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나쁘거나 또 의도적인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처해 있는 입장과 상황이 다를 뿐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타인의 모습 속에서 화가 날 경우는 내 안에 무의식적으로 눌러져 있던 감정이나 기억, 상처가 상대의 모습에 투사되어서 그럴 가능성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늘 착하게만 살아왔던 귀하의 무의식 속에는 숨겨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모습(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며 화도 낼 줄 아는)이 그림자처럼 있는데 그 모습이 타인에게서 투사되어 보일 때 자신의 의식적인 삶에서는 수용이 되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것이 타인에 대한 미움으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섭섭한 감정이나 화가 나는 감정이 들 때 무조건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 ‘나의 숨겨진 그림자의 모습이 타인에게 투사되어 보인 것이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또한 가능한 상대방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수 있을 거야 또는 사람들은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방식이 다 달라’라는 생각처럼 열린 태도와 수용의 태도를 가짐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말을 삶에 적용하면서 살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과 좀 더 화목하게 또 성숙한 관계들 이루어 나가기 위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귀하는 싫은 것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노’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귀하의 경계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기를 내서 ‘노’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아내도 그런 남편을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귀하께서 자신을 바르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함으로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기독교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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