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오래된 나라이다. 지금으로부터 따지면 적어도 6천 년 혹은 7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집트는 문명의 발상지이다. 나일강 유역에서 발생한 이집트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더불어 고대 오리엔트 문명의 주축이다. 이집트는 성경과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애굽 또는 미스라임(창 50:11)이라는 명칭으로 빈번히 등장한다.
일찌기 기근을 피하고자 애굽으로 내려 간 아브라함이 사라의 미모로 인하여 체면을 구겼던 일이(창 12장) 애굽과 연관된 성경 최초의 기록이라면 유다왕 요시아의 아들 여호아하스를 폐위하고 여호야김을 애굽의 꼭두각시 왕으로 세운 이가 느고(Nego)였다는 것은 구약의 마지막 언급이다 (역대하 36:4). 신약에서는 애굽이 아기 예수님의 피난지로 소개되고 있다.(마 2:13) 이집트는 고대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요람이었다. 이집트를 알면 성경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이집트의 역사는 나일강만큼이나 길다. 나일강은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하는 백나일강(White Nile)과 이디오피아의 타나 호수에서 발원하는 청나일강(Blue Nile)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만나 장장 6,690km를 흘러 지중해로 들어간다. 이집트의 남쪽은 고지대이고 지중해에 가까운 북쪽은 저지대이다. 고지대의 이집트를 고(상)이집트(Upper Egypt)라 하고 저지대의 이집트를 저(하)이집트(Lower Egypt)라 한다. 이집트 인들은 주전 5천 년 혹은 4천 년 전부터 나일강을 끼고 고저 지대에 나뉘어 나라를 이루고 살았다. 주전 3200년경 나르메르(혹은 메네스)라는 영웅이 혜성같이 나타나 이집트를 통일하였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이집트는 선사시대를 마감하고 역사시대로 들어간다. 나르메르는 자기의 통일위업을 돌판에 상형문자로 돌을 새김해 남겼는데 이를 <나르메르의 팔레트>라 한다. 그는 흰색과 붉은색 왕관을 사용하였다. 이집트를 자기가 통일했음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나르메르는 고저 이집트가 만나는 멤피스를 수도로 삼았다. 이집트의 선사시대를 선왕조시대(Predynastic Period)라 하고 역사시대는 왕조시대(Dynastic Period) 혹은 파라오시대(Pharaonic Period)라 한다. 왕조시대는 고왕국시대 - 제1중간기?중왕국시대-제2중간기?신왕국시대 - 제3중간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로 이어진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그리스인들의 왕조였는데 주전 30년 로마에 의해 멸망하였다. 중간기는 이집트가 내부의 분열로 인하여 파라오의 왕권이 약화되었거나 이민족 파라오의 지배를 받았던 시대를 말한다. 로마는 이집트를 641년까지 지배하였고 그 뒤를 오스만 제국이 다스렸다(641-1798). 근대 이집트는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를 말하며(1805-1952) 현대 이집트는 나세르를 중심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왕정을 폐지한 195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이집트 역사를 왕조시대로 구분한 사람은 마네토(Manetho)이다.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 때 활동한 헬리오폴리스 신전의 대사제이자 역사가이다. 왕조시대 구분법이란 이집트 전체역사를 파라오의 계보에 따라 1왕조부터 30왕조로 나누어 서술한 것을 말한다. 이집트사를 읽을 때 빈번히 만나는 제 몇 왕조라는 서술은 모두 그가 만든 분류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피라미드는 제4왕조 때가 최고이고 출애굽은 제19왕조 때 발생하였다”는 식이다. 필자는 1989년 이집트를 방문했었다. 그때 나는 시나이 사막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카이로 대학의 법대생을 만났었다. 그 뜨겁고 황량한 사막을 자전거로 횡단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요?”. 그 청년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이집트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집트의 정신이라… 그는 그것을 발견했을까. 나도 올 한 해 동안 이집트의 정신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볼 작정이다. 나는 그 법대생과는 달리 사막이 아니라 책과 인터넷 속을 헤집고 다닐 터이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 청년 이상으로 용을 써 볼 참이다. 일단은 “이집트, 고대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요람”이 출발지인데 도착은 어디가 될 지 나로서도 지금은 알 수 없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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