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그리스-로마

김우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4/17 [09:51]

▲ 메떼오라 수도원 공동체 마을. 유네스코 지정 복합문화유산이며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로 불리는 곳이다.©AC     

 

메떼오라, 나는 죽고 그리스도로만 사는

 

베뢰아를 떠나 아테네로 향하는 길에 그리스의 중부 테살리에 평야 칼람바카 마을 인근에 있는 수도원 공동체 마을 메떼오라를 방문하였다.

 

전체 21개의 수도원 중 현재 6개의 수도원만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메떼오라 수도원 공동체 마을은 유네스코 지정 복합문화유산이기도 하며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로 불리기도 하는 곳이다.

 

6개의 수도원이 거리를 두고 위치하여 있는데 이곳 모두를 버스로 달려볼 수 있었던 감동은 책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른 감동과 겸허함을 주었다.

 

오래 전 비잔틴 시대에 현재와 같이 발달한 기술도 없이 평균 높이 300m 이상의 돌출된 바위기둥 위에 아름다운 수도원들이 지어진 것은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박해와 핍박을 피하여 접근이 어려운 바위산 정상에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자들이 모이고 수도사들은 매일의 삶을 기도, 경건, 청빈과 겸손을 수행했다.

 

1920년대 이후 수도원을 오를 수 있는 계단이나 길이 생기기 전까지는 도르래에 연결된 그물망이 유일한 통로였다고 한다. 수도사들은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이러한 밧줄 사다리나 그물망에 의지하여 수도원을 오르내렸고 이 밧줄은 끊어져야만 교체하였다고 한다.

 

수백 미터의 바위기둥에 처음에는 어떻게 올라갔으며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건축 자재를 운반하고 수도원을 완성하였을지 경외감이 몰려왔으며 모든 이동이나 자재 운반을 고작 밧줄 사다리나 그물망을 이용했다고 하니 생명 건 성도의 삶 앞에 참으로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 바위기둥 위에 세워진 메떼오라 마을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자 ©AC     

 

굽이굽이 가파른 바윗길과 계단들을 지나서 학술팀이 방문한 곳은 6개의 수도원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수도원이었는데 수도원 입구서부터 맨 위의 옥상과 같은 테라스까지 정갈하고 단아하지만, 많은 이들의 생명 건 사랑의 수고와 헌신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도원 내부 예배실 안에 비잔틴 형식의 벽화가 인상에 남는데 성경의 이야기가 창조부터 심판까지 그려져 있는가 하면 순교자들과 성인들의 인물도 그려져 있다.

 

벽에 그려진 성화의 얼굴에 입과 귀의 크기에 특이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입의 크기는 얼굴의 다른 부분보다 훨씬 작고 귀는 크게 그려져 있다.

 

‘말하기는 적게 하고 다른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수도자들의 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촬영이 금지되어 카메라에 담아낼 수 없었으나 오래오래 가슴으로 기억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딴 곳, 세상은 주목하지 않는 이곳에 사계절 내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이 수도원을 방문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나에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한 곳이기도 하다. 나는 죽고 그리스도로만 사는 기도를 다시금 올려드리는 시간이 되었다.

 

아테네, 아레오바고에서 기도

 

칼람바카 마을에서 시원한 이른 아침 바람을 뒤로 하고 그리스의 남부 대표도시 아테네로 향한다. 아테네의 상징적 건물인 파르테논 신전을 제일 먼저 방문하였다.

 

기원전 448년부터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 승리한 기념으로 수호신인 ‘아테나’에게 바치고자 지어진 이 신전의 규모와 역사에 ‘신약’ 학술탐사 여행 중임을 잊게 할 정도였다.

 

▲ 파르테논 신전 ©AC     

 

우상을 위하여 이리 과학적 지적 물질적인 모든 것을 쏟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파르테논 신전 아래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를 선포하였던 석회암 언덕인 아레오바고 언덕에 잠시 서서 그 성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에 격분하던 바울의 심정이 묵상 되었다.

 

뒤로는 파르테논 신전이, 언덕 아래로는 당시 최고의 학문, 철학과 쾌락의 문화가 가득하였던 아덴을 보면서 구약의 메시야 배경이 전혀 없던 사람들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대히 외치던 바울이 왜 그토록 간절하고도 담대한 심정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바울의 설교를 듣고 조롱하는 자도 더 알고자 하는 자도 있었고 아레오바고 관리 디오누시오와 여인 다마리와 같이 복음을 믿는 소수의 무리들도 있었다고 사도행전은 기록하고 있다(행 17:32-34).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던 그 장소에서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묵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기쁨이었다.

 

▲ 아레오바고 언덕에서 탐사팀.©AC     

 

고린도, 우리 시대 교회의 그림자처럼

 

아테네를 떠나 고린도 유적지를 가는 도중 잠깐 고린도 운하에 들렀다. 서쪽 바다인 이오니아해와 동쪽의 에게해를 연결하는 운하는 길이 6.2km, 폭 25m(바닥은 21m), 수심 8~10m, 다리에서 수면까지의 높이가 약 80m로, 고대 고린도 인들도 길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였고 일찍이 이 길의 중요성을 파악한 네로황제도 수천 명의 죄수와 노예들을 동원하여 시도하기도 한다.

 

그 후 몇차례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프랑스 기술진에 의하여 12년에 걸쳐 1893년에야 완공되었다. 이 운하로 인해 약 700km의 운항 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테네 남서쪽으로 64㎞ 지점에 위치한 고린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위치한 아가야 지방의 수도이며 항구 도시로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해상 교통과 무역 중심지였기에 각 나라와 민족의 우상들이 총집결하는 현란한 우상 도시였다.

 

고린도에는 대략 1천 명 정도의 신전 여사제들을 거느리고 있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신전을 중심으로 온갖 음행이 자행되었고 매춘이 보편화된 도시였다. 베뢰아와 아덴에서 사역의 큰 성과를 얻지 못한 바울은 고린도로 향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천막 제조업자인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만나 함께 사역한다.

 

이 부부는 그들의 가정을 예배 처소로 개방하는 등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고린도의 교회는 가정 교회의 연합체이기도 하였는데 소규모의 모임을 수용 할 수 있는 몇몇 유력한 회심자들과 후원에 의해 유지되는 형태로 바울이 세운 교회들에서 발견 되는 전형적 유형이기도 하다.

 

가정교회 형태였기에 학술팀은 남아있는 초대교회의 흔적은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우상숭배를 위한 거대한 신전 유적들만을 볼 수 있었다.

 

▲ 아테네 경기장에서 믿음의 경주를 다짐하며.©AC     

 

여러 민족이 뒤엉켜 사는 음란한 도시 고린도는 교회 안에도 동일한 현상들이 나타나 민족들의 분쟁과 바울파, 아볼로파, 베드로파, 그리스도파로 나뉘는 당파가 존재 했으며 음행 문제, 이혼 문제, 우상 제물, 제사 문제, 은사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바울의 고린도 교회를 향한 서신서는 오늘을 사는 우리와 교회에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땅 끝을 향한 바울의 심정,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고린도를 마지막으로 아테네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공항으로 향하면서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는 바울의 땅끝을 향한 심정을 떠올린다. 이 마게도니아와 아가야 땅에 바울이 전한 복음은 흩어진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에게는 ‘율법을 넘어선 복음’이었으며, 이방인들에게는 이전의 선생들처럼 고상한 진리나 정교한 도덕이 아니라 생명을 주러 오신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는 복음’이었다.

 

지금은 복음이 무성하기보다는 마치 역사 속에 묻혀 있고 약화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도시마다 가난한 자 부유한 자 높은 자나 낮은 자들 모두를 그리스도에게로 이끌어 오려는 바울의 굽지 않은 복음의 발걸음이 스며있기에 다시 부흥의 시간으로 일어나리란 소망을 품으며 우리 또한 믿음의 경주를 다짐해 본다.

 

▲ 고린도 운하 ©AC    

 

▲ 고린도 ©AC     

 

“미리 공부한 만큼 보입니다. 공부한 만큼 배웁니다.” 외치시던 교수님의 말씀을 왜 좀 더 진지하게 듣지 못하였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아쉬움의 마음을 안고서 바울의 발자취를 밟을 뿐 아니라 바울이 소유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과 영혼과 교회를 향한 사랑이 다시 복음의 확장을 위하여 걸음을 뗀 이번 신약 학술팀에게 부어지기를 기도하며 그리스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탐사의 여정 가운데 듣고 보고 배운 많은 정보(information)들이 팀들 모두에게 변형(transformation) 되어 바울의 끝나지 않은 복음의 역사를 이어가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사진= 알파크루시스대학교>

 

김우정|뉴송 프로젝트 차세대 사역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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