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김클라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11/27 [15:19]

▲ 인문학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념촬영.©시드니인문학교실     

 

2017년부터 시작된 ‘시드니 인문학교실’은 지난 6년 동안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들을 통하여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과 고민들을 이어왔다. 

  

뿐만 아니라 2019년 10월에는 ‘철학의 발자취를 찾아’라는 주제로 그리스-터키로 제1차 인문학 여행을 다녀왔다. 인문학 여행의 목적은 인문학 여행을 통해 인간 문명의 발상지를 돌아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들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매 2년마다 인문학 여행을 계획했는데 2020년에 코로나(COVID-19)가 발생하는 바람에 인문학 여행이 미루어지다 이번에 10월 11일부터 10박 12일 일정으로 제2차 인문학 여행을 다시 떠나게 되었다.

  

제2차 인문학 여행의 주제는 ‘아는 만큼 보인다’로 정하고 여행지는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와 중세와 르네상스 문명의 보고인 이탈리아로 결정하였다. 3월 말에 광고를 하고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무려 33명이나 지원하게 되어 대그룹이 참가한 여행이 되었다.

  

10월 11일 출발하기에 앞서 제2차 인문학 여행팀은 4번의 모임을 통하여 철저히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 8월 27일 첫 번째 모임에는 “인문학 여행을 떠나는 목적”에 대해 홍길복 목사가 강의하였다. 

  

인문학 여행의 목적에 대한 강의는 우리가 왜 인문학 여행을 가는지 동기와 목표를 분명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할 여행지를 한 사람씩 맡아 철저히 탐색하고 공부한 후 9월에 두 차례의 모임을 가졌다. 

  

우리가 방문해야 할 이집트와 이탈리아에 대해 개괄적인 역사와 배경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경식 교수는 파워포인트를 통하여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집트 문명과 역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집트 왕조와 역사가 단번에 정리되었다. 

  

그리고 최진 대표는 두 번에 걸쳐 이탈리아에 대해 소개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의 개괄적인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게 퀴즈 형식으로 소개해 주었고 두 번째는 인문학교실 강의시간을 빌어 사진을 첨부하여 우리가 돌아볼 미술품과 조각품들을 설명하였다. 

  

준비 모임들을 통하여 우리는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 벌써 마음이 설레였고 현지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려는 호기심은 한층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4번의 준비모임을 통하여 여행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그리고 9월 24일, 인문학 여행팀은 현지 음식을 미리 경험해 보자는 취지로 이집트 식당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인솔자 주경식 교수는 최종 점검 사항들을 체크하고 여행지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점검해 주었다. 그리고 모든 참여자가 참여해 함께 만든 ‘인문학여행 가이드북’을 건네받았다. 

  

이집트 음식으로 저녁을 함께 나누면서 가방은 어떻게 꾸려야 할지 어떤 옷을 준비해 가야 할지 여성들의 행복한 수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드디어 대망의 디데이, 10월 11일 아침에 개인적으로 보딩 패스를 받고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드니 공항 탑승 게이트에서 인문학 여행팀을 만났다. 모두의 얼굴에는 약간의 설렘과 반가움으로 환한 미소들이 만발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이야기들로 정을 나누고 있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팀원들도 보였다. 탑승하기 전 전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치즈, 김치’라고 외치며 웃음들이 이어지고 이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의 소풍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고, 팀원 모두는 소년 소녀로 돌아간 듯,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 꽃들이 피었다.  

  

10시간 넘게 비행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해 인천공항에서 11일 저녁 일 박후 인문학 여행팀은 12일, 오전 11시 50분 인천을 출발하여 다시 로마로 향했다. 인천에서 로마까지는 무려 13시간이나 걸리는 긴 비행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에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도착한 후 일행은 시내 근처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티칸 박물관을 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바티간 박물관 앞에서 (왼쪽부터 3번째가 필자 김 클라라 회원) ©시드니인문학교실     

 

13일 새벽 6시, 버스는 우리를 바티칸 입구에서 내려 주었다. 오전 6시에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먼저와 바티칸 박물관 입구에서 줄을 서 있는 팀들이 보였다. 기다리는 동안 한국 가이드는 이탈리아의 역사에서부터 바티칸에 대해 설명을 하며 소장 작품과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드디어 검색대를 통과하여 바티칸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바티칸 박물관 안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와~ ! 수많은 사람들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순간 팀을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노련한 가이드는 우리를 잘 안내하여 중요한 것들은 지나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바티칸 박물관을 작정하고 탐방하자면 한 달이 걸려도 다 못 볼 정도로 그 크기와 전시물의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벽에 걸려 있는 수많은 미술품과 그림들은 너무도 선명하게 그 표정, 근육의 섬세함까지 은은한 칼라의 조화가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처럼 물감이 없던 시대에 흙과 돌, 금과 같은 것에서 채취한 물감들로 그림을 그렸다니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수많은 난관(여기에 정치적, 종교적으로 고통받았던 화가들의 배경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드디어 시스티나 성당에 도착했다. 바로 미켈란젤로의 그 유명한 그림, ‘천지창조’ 앞에 서게 되었다. 천지창조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져 있다. 천지창조를 그리기 위해 천재 미켈란젤로는 3년 동안 시스티나 성당 옥탑방에서 살았다. 그는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공중에 매달린채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3년을 버티어 위대한 ‘천지창조’를 완성했다. 

  

천지창조를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커다란 시스티나 성당 천장을 꽉채운 그림의 크기와 무엇보다도 어떻게 천장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그의 예술혼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앞에서.©시드니인문학교실     

 

미켈란젤로의 방을 지나면 라파엘로 방이 이어진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직접 보니 감개가 무량해지는 순간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제 이 두 화가의 그림을 구분할 것 같은 작은 안목이 생긴 것 같다.  이것 또한 이번 여행으로 얻어진 소득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TV에서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바티칸의 거대한 뜰을 앞에 두고 우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또는 함께 찍으며 추억의 장면들을 남겼다. 

  

13일 저녁 우리 팀은 로마에서 이집트를 가기 위해 카이로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정상 이탈리아는 이집트를 방문한 후 다시 돌아오는 여정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약 3시간의 비행 끝에 우리는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다. 거기서 현지 가이드와 경찰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이동했다. 이집트는 한국인 안내자 외에도 현지 가이드와 우리들의 안전 때문에 무장한 사복 경찰이 버스에 항상 동승했다. 

  

14일 오전 6시, 우리 일행은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호텔을 출발했다. 버스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카이로의 거리는 대한민국의 70년대 분위기의 거리였다.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으며 차선도 구분되어 있지 않았고, 심지어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차들은 자연스럽게 교차해 지나갔다. 

  

우리 눈에는 위험스러워 보였지만 이집트인들에게는 보통의 일처럼 보였다. 카이로 시티를 조금 벗어나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많은 건물들의 모습을 보니 철근 골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마치 짓다가 만 듯한 건축물처럼 보였다. 

  

▲ 기자의 대 피라미드 앞에서.©시드니인문학교실     

 

이러한 건물들이 가는 곳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거리의 60~70%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자녀들이 결혼해서 살 공간을 그 위에 또 짓기 위함이라고 했다. 어떠한 이유이든 마무리하지 않고 훗날 증축하기 위해 이렇게 남겨 둔다고 하니 그들의 경제나, 삶의 수준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는 대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이기도 할 것이다. 건물들의 외간이 우중충한 것이 또 다른 하나의 이집트의 특수한 상황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폭격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건물들이 집인지? 그냥 사막의 돌들인지? 공중에서 구분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건물 밖은 그러한 회색으로 남겨 둔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시의 미관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버스는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기원전 283년 전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한때 자리하고 있었지만 로마시대에 불타 파괴되었다. 알렉산드리아를 파괴한 인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하지만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구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2002년에 구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던 자리에 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건설하였다. 이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행사가 있는 관계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현대식 건물로 멋지게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벽면에는 전 세계 언어가 부조글씨로 조각되어 있었다. 

  

우리말 한글로 ‘월’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며 엄청난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 내부를 볼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사실 이번 알렉산드리아 방문을 넣었던 것은 일행 중 한글 사랑 김동숙 도서관장을 배려한 이유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알렉산드리아의 또다른 명소는 바로 이집트 콥트교회인 마가 기념교회 (The Church of St. Mark) 이다. 전승에 의하면 마가 요한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처음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운 것을 시작해서 이집트 곳곳에 십자가가 세워졌고, 오늘날까지 콥틱 기독교인들이 믿음을 지키고 있다.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는 콥틱 기독교인들이 10%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은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면 살아가고 있다. 마가교회 뒤편 지하층에는 마가의 묘 (Shrine, 廟)가 있어 마가의 유해의 일부가 안치돼 있다. 

  

일행은 다시 3시간을 달려 카이로로 돌아왔다. 내일은 드디어 기자의 대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는 날이다. 

  

15일 아침 일찍 호텔을 출발한 일행은 기자의 1시간 정도를 달려 대피라미드에 도착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대피라미드(멘카우라, 카프레, 쿠푸) 건축물 앞에 직접 서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평균 2.5 톤이나 되는 돌들을 무려 250만 개나 쌓아 건축한 피라미드는 실로 대단했다. 

  

인류의 7대 불가사의라 불리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4500년 전에 인류의 기술로 이렇게 위대한 건축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경외로운 마음까지 들게 한다.〠 <계속>

 

김 클라라|시드니인문학교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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