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고 감성 있는 화음으로 복음을 전하는 CCM(기독교 음악) 듀오 ‘사랑이야기’가 호주를 찾아 순회 콘서트(2024년 2월 2일-15일)를 연다.
크리스찬리뷰가 창간 34주년을 맞아 초청했다.
사랑이야기는 <주님의 숲> <나사렛 예수> 같은 당대를 평정한 명곡을 탄생시킨 김현중(57), 김재중(54) 친형제로 구성된 팀이다.
87년 ‘실루아노’라는 이름으로 2년간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하면서 대중 음악인의 길을 걷다가 CBS 공개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인연으로 90년 가스펠 앨범 ‘빛과 소금’ 1집을 내며 ‘빛과 소금’으로 활동했다. 가요계에 같은 이름의 그룹이 있어 96년에 ‘사랑이야기’로 이름을 바꿨다.
남성 듀엣으로는 흔하지 않게 작사, 작곡이 가능한 사랑이야기. 형은 작사를 하고 동생은 그 가사에 곡을 붙이고 프로듀싱을 한다. 그리고 함께 노래한다. 동생은 메인 파트, 형은 화음을 담당한다.
재중 선교사의 아내는 CCM 여성 듀오 ‘아침’의 신현진 선교사로 ‘사랑이야기’의 멤버가 되어 사역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니까 작곡, 작사, 노래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가족 찬양 사역자들이다.
팀명처럼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피아노와 기타만으로도 정적인 풍요로움을 만들어 낼 줄 아는 포크 성향의 음악가인 그들은 2014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문화선교사다.
어느 장소든 어쿠스틱 기타 하나면 완벽한 하모니를 자아내는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예수 그리스도의 용기와 위안을 전해 폭넓은 CCM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필리핀, 호주, 캄보디아 등 해외 순회공연도 많았지만 시골 개척교회가 초청할 때도 거절하지 않았다. 농아들 앞에서 수화 통역과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찬양을 통해 은혜를 받는 것은 노래를 잘해서도, 음향 시스템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찬양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우선돼야 하는 영적인 것이지요.”
사랑이야기의 고백이다.
삶의 위로와 회복을 노래하다
사랑이야기는 자신들을 알리거나 홍보하는데 무척이나 인색했던 팀이다. 그저 자신들의 모습을 주님께 드리는 것만으로 행복했고, 다른 이들이 자신을 알기보다는 음악을 통해 전해지는 예수그리스도와 메시지를 중요시 생각해왔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주님의 숲> 역시 마찬가지다. 홍보라고 할 만한 것 한 번 해보지 못했지만, 출시 후 각종 라디오, 인터넷방송, 신청곡 차트에서 1위를 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사랑이야기는 다시 한 번 이 시대에 주님을 통한 쉼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자가 그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10월 캄보디아 헤브론의료원에서다. 헤브론의료원 개원 12주년을 맞아 크리스찬리뷰가 사랑이야기를 캄보디아로 초청했다.
사랑이야기라는 이름도 낯설거니와 데뷔 29년차 경력을 지닌 친형제 CCM 가수라는 것도 독특했다.
형제는 달랐다. 형은 키가 작고 얼굴이 갸름했다. 동생은 둥글둥글하고 체구가 컸다.
“형제라고 하면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묻고, 십중팔구 ‘안 닮았네요’라고 합니다. 하하.”
동생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둘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음악과 친해졌다.
“저는 어릴 때 꿈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무대에 서 있어요. 그래서 하나님께 늘 감사해요.”
“사실 형은 교회에서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저도 형에게 기타를 배웠어요.”
사랑이야기는 그가 사랑이신 이유에 대해 노래한다. 주님만이 참 평안을 준다는 대표곡 ‘주님의 숲’이다.
“그 어디에도 평화 없네 그렇지만 당신의 앞에 펼쳐진 주님의 숲에 지친 당신이 찾아온다면 숲은 두 팔을 벌려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당신의 지친 어깨가 이젠 쉬도록 편히 쉬도록”
첫 소절을 시작하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던 기자는 벌떡 일어나 얼굴을 들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지만 절제된 어구스틱 기타소리와 두 형제가 표현하는 소름끼치는 아름다운 화음을 듣고 있자니 세상의 근심과 걱정은 어느새 사라진다.
때로는 누르고 또 눌러 신음이라도 하듯, 때로는 피라도 토하듯 터뜨려 쏟아내는 소리. 작은 몸짓과 손짓만으로도 무대를 휘어잡아가는 원숙미.
캄보디아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아, 그런데 세상에 3백 여석을 가득 메운 직원들과 환자들이 그렇게 하나가 되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해면이 물을 빨아들이듯 그렇게 그들의 찬양을 마음으로 받아들여주는 것에 기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아아! 그리고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듯 그들의 눈길 하나에도 탄성을 지르며 두 손을 높이 들어 ‘아멘’으로 환호했다. 그 열렬한 박수 소리.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었다. 6백 개의 눈동자를 모으고 3백의 가슴을 두드린 사랑이야기. 찬양 한 곡에 담긴 열정과 감성은 기자도 저절로 기립박수를 하게 만들었다.
이날 김재중 선교사는 “주님의 숲으로 들어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면서 “아파하고 힘든 사람들과 서로 다독이고 상처를 싸매주고 이끌어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소원한다”고 했다.
“너무 가슴이 벅찼어요. 눈물이 막 났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코스타 강사로 갔었는데 도전을 주러 갔다고 말하지만 저희들이 오히려 도전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뜨거울 수가 있을까?”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느꼈는데 이번에 헤브론의료원에서도 그렇고 캄보디아 신학교 방문 때도 똑같았어요. 97%가 불교인 이 나라에서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의 젊은이들이 ‘아멘’하며 두 손 높이 들고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도전을 받았어요.
음향도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감격하는 걸 보면서 매번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 닦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다음에 올 땐 이분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준비해 오려고 해요.” (재중. 크리스찬리뷰 2019년 12월 호)
“찬양을 통해서 위로를 주지만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거죠. 영혼을 깨워 자신을 다시 세워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늘 기도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현중. 크리스찬리뷰 2019년 12월호)
이들 형제는 이 찬양으로 많은 이들이 쉼과 평안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곡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하나님이 쓰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두 형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할 것 같았다. 역시나 호흡이 척척 맞는다.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술술 말이 나왔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보조기가 있어야 걸을 수 있는 우리 형은 성격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음유시인의 감성을 갖고 있어,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을 세심하게 잘 표현한답니다.”(재중)
“동생은 참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정이 많다는 건 눈물과 사랑이 많다는 뜻이죠. 누가 힘들다 하면 간과 쓸개까지 내어주려고 할 정도로 헌신적입니다. 한편으론 진취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해요.”(현중)
혈연과 인연이 만든 찬양사역자 가족
80-90년대 한국 CCM 중흥기를 거쳤던 많은 가수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현실 속에서 사랑이야기는 긴 시간 한결같이 함께 길을 걸어왔다.
“형 덕분입니다.”
“동생이 다 해줬어요.”
사랑이야기는 연신 서로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오랫동안 팀이 깨지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동생 재중이 군대에 간 사이, 고음 처리가 부드러운 현중의 음악적 재능을 탐낸 기획사들이 솔로 음반을 내보자고 달콤하게 유혹해왔지만, 그 제의들을 모두 물리치고 3년간 동생을 기다렸다는 일화가 머리를 스쳐갔다.
재중의 아내 신현진 선교사는 2004년 발표된 ‘사랑이야기’ 3집 앨범 ‘아침을 여는 사랑이야기’에 함께 참여하며 가족의 사랑을 과시했다.
세 사람의 공통분모인 음악은 이들에게 운명 같은 것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찬 집안에서 태어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음악을 시작했다는 신현진 선교사. 그녀는 대학시절 교수의 소개로 송문정 씨(피아노)를 만나 여성 듀엣의 효시가 되었던 CCM 그룹 ‘아침’을 구성하여 수많은 명곡과 영향력 있는 활동을 보였다.
CCM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 앞서가는 노랫말과 음악으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아침 1집 ‘내 안에 주님’은 십만 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를 올리며 많은 청소년들과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녀의 맑은 목소리는 ‘아침의 트레이드’가 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김현중, 김재중 선교사 역시 모태신앙으로 믿음생활을 시작했다. 그들은 중. 고등학생 때부터 작사, 작곡 능력과 절대음감의 재능을 선보이며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물질보다 사역하는 현장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더 큰 기쁨으로 느껴졌어요.”
그렇게 형제는 CCM의 길로 들어섰다.
때로는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김현중 선교사.
“가족이기에 더 의지됩니다. 무엇보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을 정도로 서로를 잘 압니다.”
김재중 선교사도 “찬양사역을 하는 부인에게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이라서 서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 가사,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좋은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재중 선교사는 “제 곡은 형의 가사가 더해지고 아내의 목소리를 만나면서 날개가 달린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 비보호 자녀’들의 쉼터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앨범 ‘더 브레드 워십’을 제작하고 앨범과 공연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앨범에 수록된 ‘오소서 마라나타’ ‘성령이여 들으소서’ ‘할렐루야 주의 거룩한 집에’ 등 전곡은 사랑이야기의 창작곡이다.
송정미, 강찬, 남궁송옥 등 11명의 한국 내 대표적인 CCM 아티스트와 예배 인도자들이 참여했다.
“탈북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탈북자 자녀들입니다. 허기를 달래주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었으면 하고 시작했는데 6만 5천 달러를 들여 집을 샀어요. 그동안 버려진 아이들이 집세 때문에 정착을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녔는데 이 집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은 필리핀 ‘파세코’ 지역 어린이들도 후원하고 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는 화려한 빌딩 숲에 가려진 ‘파세코’라는 지역이 있다. 바닷가 쓰레기 더미 위에 지어진 낡은 판잣집이 즐비해 있는 곳이다. 오래된 가난 속에 하루 한 끼도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마약과 매춘, 인신매매, 장기매매 등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이곳 어린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철근 등 쇠붙이를 모아 하루 500원을 법니다. 이곳은 한국 돈 11만원이면 하루 250명을 먹일 수 있어요. 오후 3시부터 밥을 배식하는데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안고 1시부터 기다립니다.”
사랑이야기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로 누군가 먹고 배부를 수 있는 따뜻한 빵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의 앨범으로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역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재중 선교사는 “우리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기타를 치며 곡을 만들어 불렀는데 재능을 알아본 주위 분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보라고 권해서 가요제에 출전해 금상을 받았다”며 “거기서부터 우리가 CCM 사역자의 길을 가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랑이야기는 1989년 전국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 94년 환경음악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2천여 회의 초청 공연을 했다.
사랑이야기는 팬데믹 기간 중 싱글 음원 <돌보심_ 너무 염려 말아라>를 발표했다.
“한참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마태복음 6장 말씀을 저희에게 주셨습니다. 이 말씀이 어느 때보다 더 명료하고 또렷하게 들려 말씀에 곡을 붙여 봤습니다. 저희도 사역에 대한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던 노래입니다.”
“공중 나는 한 마리의 작은 새를 보라 자기 위해 농사하지 않아도 곡식 모아 곳간 안에 들인 것 없어도 하늘 아버지 늘 먹여주시니 사랑하는 자들아 사랑하는 자들아 모든 근심 걱정 염려 말아라”
찬양과 예배의 부흥이 다시 일어 나기를
“지난해에도 호주를 방문하셨지요?”
“아프리카를 돕고 있는 ‘나눔 선교회’라는 선교단체와 함께 한 일정이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을 찬양 콘서트로 회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포들의 따뜻한 사랑 속에 오히려 저희가 회복된 기분이었습니다.”
이들 형제는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 참 길고도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며 “이번 순회 집회를 통하여 다시 찬양과 예배의 부흥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 경제적 어려움, 이로 인한 우울함, 교회는 교회대로 성도는 성도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참고 또 견뎌왔습니다.
이제 흩어져 있는 성도들을 위해 하나님의 사랑이야기로 회복과 위로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셔서 세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을 경험해 보세요.”
사역기간 34년째.
사랑이야기는 국내외를 다니며 계속 하나님 사랑을 노래한다.
“우리는 풍족하지 않지만 자유해요. 또 나눠줄 부분도 있어요.”(재중)
“불행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오죠. 예수님은 가난이 복이고, 주는 게 복이라고 했어요.”(현중)
“우리는 주님에 깊은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지요.”(재중)
재중 선교사는 지나온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는 주님의 나무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말하며 지속적인 찬양선교와 NGO 활동에 올인 할 뜻을 밝혔다.
“어려운 나라든 잘사는 나라든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선교지라 생각하며 찾아다닐 겁니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곡을 발표하고 싶다는 사랑이야기.
올해도 그들의 찬양은 더 낮고 소외된 곳에 울릴 것이다.〠
김명동|본지 편집인 권순형|본지 발행인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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