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l 피의자 신분의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부끄러움은 교민 몫인가?

글 /주경식 사진/김신일 | 입력 : 2024/03/15 [09:56]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의 발생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해병대 1사단 채수근 일병(20일, 상병으로 추서됨)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바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채 무리한 지시로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책임 규명이 해병대 수사단(단장 박정훈 대령)에 의해 조사되었다. 

 

7월 30일 박정훈 수사단장은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소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후, 8월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군사법상(군사법원법 2조2항) 군인이 사망한 사건은 일반법원이 재판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행

 

이종섭 국방장관은 뒤늦게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이 국방부장관은 본인이 결재한 서류를 뒤집고 이첩을 보류한 뒤, 구두로 해병대 제1사단장의 혐의를 기재하지말 것을 지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박정훈 수사단장은 과거 군대의 부실수사 문제 때문에 경찰로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법률화된 상황에서, 굳이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사건을 축소하는 것은 해병대에게 실이익이 없을 뿐더러, 이번 사건이 정쟁화 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박정훈 수사단장이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하고 국방부 검찰단은 ‘항명’ 혐의로 입건했다. 그리고 8월30일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청구했고 이 과정에서 ‘상관 명예훼손’ 혐의까지 추가 고발했다. 

 

사건의 결과

 

그렇지만, 박정훈 대령은 굴하지 않고 “해병대 수사단이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사건 서류를 국방부 검찰단이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뿐만 아니라 수사에 외압을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맞섰다. 그리고 이종섭 장관의 갑작스러운 태도의 돌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격노’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라는의혹이 보도되었다. 

 

언론에서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고, 민주당에서 이종섭 국방장관 탄핵 추진 압박이 일자 2023년 9월 12일 이종섭 씨는 국방장관을 사임했다. 그리고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공수처 수사대상이 되었고, 출국금지 조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은 채수근상병 사건규명을 위해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부르짖었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채수근 상병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본인이 직접 그리고 비서실을통해 소관 부처인 국방부 장관과 군수사단에 수사 결론을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논리가 성립이 된다. 

 

이런 정황이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대상에 출국금지 상태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주 호주대사에 임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임명한 배경에는 수사 방해 의도(꼬리 자르기)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이종섭 대사는 관련 없는 휴대폰을 공수처에 제출하고, 도망치듯 한국을 빠져나와시드니가 아닌 브리즈번을 거쳐 캔버라에 도착했다). 

 

윤대통령은 전 국방부장관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발령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고 수사를 피해보자는 심산인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운운하는 윤석열정권 스스로 사법 질서를 파괴한 셈이다.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도 이 사건으로 고발된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더욱 부적절한 인사이다. 민간 기업에서 비리 혐의로출국 금지된 임직원을 해외 지사에 발령내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민간 기업에서도 하지 않는 일을 국가가 앞장서 하고 있다. 도대체 범죄 피의자를 대사로보내면 좋아할 나라가 어디 있을까? 국제적인 망신이다. 

 

만약 호주에서(절대로 호주국가는 그럴 가능성이 없겠지만) 출국 금지된 범죄혐의자를대한민국 대사로 보낸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환영할까? 세계의 어느 나라도 자국의 얼굴을 대신하는 대사로 범죄혐의자를 보내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한국 정부의국제적 신뢰와 호주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호주 주류 언론인 ABC에서도 “한국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타이틀로 비중 있게이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일이 호주와 한국의 외교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부끄러움은 호주 동포들의 몫

 

▲ 시드니 교민들은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종섭 대사는 호주에 오지 말고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 이종섭 대사 규탄집회에 참석한 교민들     

 

▲ 이종섭 대사 규탄집회에 참석한 여성 교민들     

 

호주의 한국 동포들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을 강력히 규탄하는 집회들을 연속하여 갖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 9일 시드니의 촛불행동 회원들은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우리 조국이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것을 볼 수가 없다"며 “이종섭 대사는 호주에 오지말고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 지난 3월 13일 아침 이종섭 대사 규탄대회를 위해 캔버라 호주대사관으로 떠나는 시드니 교민들.   

 

3월 13일에는 시드니를 피해 브리즈번을 통해 캔버라에 들어온 이종섭 대사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캔버라 한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그리고 3월 24일에는 웨스트 라이드에서 “피의자 이종섭 규탄 및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들은 시드니를 피해 브리즈번을 통해 캔버라에 들어온 이종섭 대사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캔버라 한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들은 시드니를 피해 브리즈번을 통해 캔버라에 들어온 이종섭 대사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캔버라 한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들은 시드니를 피해 브리즈번을 통해 캔버라에 들어온 이종섭 대사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캔버라 한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호주 동포들은 호주에 살고 있는 다민족이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을 부패한 나라로 인식하게 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범죄 피의자를 보낸 것은한국 정부인데 부끄러움은 왜 교민 몫일까? 

 

▲ 시위대의 안전을 위해 한국 대사관 앞에 출동한 호주 연방경찰.     

 

▲ 캔버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진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말자

 

한국사회는 언제까지 군대내에서 벌어지는 병사들의 비극적인 사망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반복해서 지켜봐야 하는가? 병사들의 인권(죽음)보다 특정 인사들의 몸보신이더 중요한 사항인가?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이종섭 대사 임명을 철회하고, 공수처의 수사를 투명하게 받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만약 공수처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위법·부당한 수사 외압이 밝혀지면 형법상 직권남용이자 지위를 이용해 수사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이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언제든 형사 피의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윤대통령은 마지막에 공정한 수사를 택했다는 명예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치의 회복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정이 필수적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이종섭 대사 임명을 철회하고 대한민국으로 불러들여 공정한 수사를 받게 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사법질서 파괴와 국민들의 신뢰 손실을 회복할 기회를 잡을 수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이종섭 대사를 불러들이지 않고) 버틴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가래(탄핵)로 막게 되는 비극적인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김신일|본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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