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죄가 아니랍니다

장경애/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3/30 [09:24]
 ©Adam Winger     


요즈음 거울에 비친 내가 유난히 밉다. 왜 미운지 스스로 분석해 보니 군데군데 하얗게 튀어나온 흰 머리카락과 너무 많이 빠져 듬성듬성하게 적어진 머리카락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지저분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얼굴이 아직도 탱탱하고, 주름은 물론 잡티도 없는 젊은 날의 모습으로 착각하면서 내가 밉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머리 때문이라고 애써 머리에게 그 책임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 그 잘못된 머리를 고치려면 미용실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미용실로 숨 가쁘게 달려간다. 마치 미용실에 가면 나의 지저분한 머리가 멋진 머리 스타일로 바뀌어 내 모습에 대단한 변신이라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그리고 그 착각을 마음속으로 그려가면서 미용실 문을 힘차게 연다.

 

그렇게 하기를 이 나이 되도록 몇 번이나 했을까? 그리고 그때의 생각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을까? 그것은 대답을 들으나 마나 뻔하다.

 

나는 오늘도 지저분한 머리를 정돈하면 금세 겉모습의 레벨이 급상승이라도 할 것처럼 벼르고 별러 미용실 문을 두드렸다. 언제나처럼 미용실을 나올 때는 그 보랏빛 꿈이 차가운 현실이 되는 것을 오늘도 착각한 채 또 속고 말았다.

 

이렇게 인생 여정에는 누가 착각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는데 스스로 착각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좀 과장되고 나르시적 요소가 있더라도 긍정적인 생각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겪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이 아플 때도 병원에만 가면 아픔을 다 사라지게 해 줄 것 같은 착각 속에 그것을 상상하며 병원을 향하여 달려간다. 그러나 그 상상이 상상으로만 존재할 뿐 아픔은 조금 감해지기는 했어도 다 치료되지 않았을 때가 더 많았건만 또 아프면 그때를 잊은 듯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을 애타게 그리워하면서 만나면 모든 것이 다 해소될 것 같은 착각도 한다. 그러나 만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해소되었던가? 어디까지나 착각일 뿐,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시원해지지 않는다.

 

착각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나마 착각은 존재하지 않고 정확히 직시하는 눈과 마음만 있다면 서글픈 삶이 될 것 같다. 노인들이 흔히 하는 말로 몸은 늙었으나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하는 것도 어쩌면 억지스러운 착각이다.

 

또한 자신도 노인이면서 자신의 배우자를 바라보며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예쁘다고 말하면 그것을 듣는 사람은 아님을 뻔히 알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배우자가 자신을 향한 사랑의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순간 착각 속에 빠지기에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81%는 긍정적인 착각을 하고 사는데 주로 자신은 자신의 나이보다 젊고, 생각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꽃중년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착각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거울을 볼 때, 자신의 얼굴에 대해 예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모두 그렇다고 했다. 그것도 착각이다. 그러나 그 착각이 너무 오랫동안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은 꼴불견이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올려주어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그것은 착각의 긍정적 효과다. 미모뿐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에 때로는 그런 착각이 필요하다. 활력소가 되는 거기까지만 말이다.

 

이처럼 착각은 때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긍정적인 착각은 행복을 가져다주고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왜냐면 긍정적 착각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모두 안 될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될 거라는 착각으로 살 때 더 긍정적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늘 하는 착각, 알면서도 속는 착각, 상습적인 착각 속에서 사는지도 모른다. 세상엔 착각이 너무도 많다. 흔한 예를 들어보면, 어린아이들은 떼를 쓰면 다 되는 줄 안다.

 

대부분 엄마는 자신의 자녀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편들은 살림하는 자기 아내는 집에서 할 일 없이 날마다 놀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미혼남녀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날마다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젊은 여자들은 자신은 안 늙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착각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착각이 없다면 그 인생은 너무도 삭막할 것 같다. 알맞은 착각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고, 내 가족이 멋있게 보인다면 그 착각은 참으로 행복한 착각이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신부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했다. “신부님! 저는 매일 12번씩 거울을 보며 제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발칙한 죄를 사하여 주신다면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신부는 칸막이 사이로 자세히 여인을 쳐다보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신부는 말했다.

 

“자매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착각인 듯합니다. 착각은 죄가 아니랍니다.”〠

 

장경애|수필가, 빛과소금교회(최삼경 목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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