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반납하는 자유를 누리라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10/26 [11:40]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실천하는 자니 이 사람은 그 행하는 일에 복을 받으리라.”(야고보서 1:25)

 

“너무 오랫동안 할 일이 없으니 마치 목적이 없는 듯했다. 오늘부터 매일 21시간씩 영업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는 10월 11일 자정을 카운트 다운하다가 즉시 문을 연 한 미용실을 소개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말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자유가 제한되면 가끔 생활의 목표를 상실하고 마치 길을 잃은 듯 방황할 수 있겠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삶의 목적은 분명해야지!” 또 하나 든 생각은,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더라도 자유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거나 자유가 지닌 힘을 삶의 목표와 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유의 소용은 무엇인가!”이다.

 

큰 틀에서 믿는 자의 삶의 목적은 아주 단순하다. 오직 하나하나님께 영광이다. 하나 더 있다면 사람의 행복이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자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은 보람의 열매를 거두게 된다.

 

믿고 살고 살고 믿으면서 자기 삶의 내용이 보람으로 채워진다면 그 자신에게도 행복과 영광이 되지 않겠는가! 참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처남까지 좋은 방안이다.

 

자유의 향기를 맡으며 사람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때마침 남반구는 봄이라 나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무엇이라도 해야지!’ 잔뜩 마음먹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사람이 움직인다. 세상이 소란하다. 자유는 우리로 꿈을 꾸게 하고 희망의 북소리와 함께 행진하게 하는 힘이 있다. 또한 자유는 소중하고 복되다. 자유가 누리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자유는 차별과 억압에 항거하는 투쟁과 피의 결과로 획득한 소중한 것이다. 영적 자유도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의 공로를 덧입어서 생겼다.

 

여호와는 갇힌 자를 자유케 하신다(시 146:7). 예수님은 포로된 자를 자유케 하는 일을 위해 보냄 받았다(사 61:1; 눅 4:18). 자유케 하는 자유자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죄와 사망의 틀에서 자유케 하는 예수 복음의 자유에 감탄한 바울은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다”(고후 3:17)라고 선언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1)라고 명한다.

 

그런데 뜬금없는 반전이 있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라”(갈 5:13). 소극적으로 보면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는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깨닫는다. 해방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생활에 무한정하게 주어진 자유를 통제하고 반납하여 무한정 남을 종노릇 하여 섬기는 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신인류다.

 

흔히 율법은 구속이고 복음은 자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맞고 틀리다. 율법이나 복음이나 둘 다 인간의 자유를 위해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마련해 준 하나님의 선물이다. 율법보다 자유는 더 성숙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긴 세월을 걸쳐 우리 몫이 된 자유는 선한 청지기를 기다린다.쭈뼛쭈뼛 잔가지로 뻗어져 나온 우리 생활의 목표가 삶의 목적이라는 마르지 않는 깊은 샘을 제대로 만나면, 물댄 동산처럼, 이곳에 오늘 존재하면서 사역하는 종된 자유인 모두를 자유의 생기로 들썩이게 하고 목적의 의미로 푸르게 할 것이다.

 

하지만 자유가 좋다고 한 번 들뜨고 생활의 목표와 삶의 목적이 좋다고 두 번 흐믓해하고 그치면 곤란하다. 또한 아무리 사랑으로 종노릇하고 싶더라도 하루에 21시간 영업하겠다는 어떤 사람처럼 무리하지도 말자.

 

자유한 종노릇은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다.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계속될 긴 호흡이니 자유의 들숨과 목적의 날숨으로 호흡하면서 인내로 길게 가면 씨실과 날실이 얽혀 옷감을 짜듯 주어진 자유와 추구하는 목적이 칸칸이 쌓여 삶을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다. 그대 인생의 뒤안길은 달빛에 빛나리니 잊고 그대는 사랑의 수고로 가득 찬 에움길[빙 둘러서 가는 멀고 굽은 길]을 두 손 열심히 놀리며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가라.

 

이것이 자유를 능히 다룰 수 있는 성년으로 우리를 대접해주시는 여호와께 감사하는 길이고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 자유의 복음을 듣고 잊어버려 자신을 기만하지 않으면서 잘 들여다보고 시선을 고정하고 집중해 자신을 위해 사는 자유를 반납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람을 섬기며 사는 청지기 자유인의 인생 걷기일 것이다.〠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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