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하나 유명한 사람들

송영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6/27 [12:19]
▲ ©Ben Heny Graff     


오래전 산골짜기 마을에 작은 교회를 섬기는 집사님이 계셨다. 그 작은 교회엔 목회자도 없고 아이들만 몇 있을 뿐이었다. 매주마다 먼 길을 걸어와 아이들에게 성경도 가르쳐 주고 찬송과 율동도 가르쳐 주며 복음을 심어주었다. 그때 복음을 듣고 믿음을 가진 여자 아이가 있었다.

 

나의 어머니다. 어머니를 통하여 온 가족과 친척이 예수를 믿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목회자로 드리겠다고 헌신하셨다.

 

나는 그분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나의 어머니에게 복음을 전해준 집사님이 그녀의 아들이 커서 목사가 되어 호주 땅까지 와서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흩어진 사람들 중에 몇이…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박해로 흩어진 사람들 중에 안디옥이라는 곳까지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유대인에만 복음을 전했다. 그 중에 키프로스와 구레네지역 출신의 몇 사람들이 헬라의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스데반에게 가해진 박해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이 페니키아와 키프로스와 안디옥까지 가서 유대사람들에게만 말씀을 전하였다. 그들 가운데는 키프로스 사람과 구레네 사람 몇이 있었는데, 그들은 안디옥에 이르러서,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말을 하여 주 예수를 전하였다.”( 행 11:20 새번역)

 

성경을 읽을 때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무명의 몇 사람도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땅 끝까지 넘어가도록 한 사람들이다.

 

이 땅의 교회와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천사들이 있다면 이 장면을 스포트라이트 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하늘의 천사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이순간이 어떻게 전개 되는지 주목했을 것이다.

 

▲ ©Rod Long     

 

“드디어, 드디어 복음이 땅 끝으로 넘어간다~”

 

천사들은 모두 뛰는 가슴을 가지고 그 장면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당시 키프로스와 구레네 몇 사람들은 하나님의 큰 계획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하늘의 천사들의 환호성을 받을 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마땅히 믿는 자로서 해야 할 복음을 전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기다리셨다는 듯이, 그들 가운데 주님의 손이 함께 하여 주셔서 수많은 사람이 믿고 주께 돌아오도록 하셨다.(행 11:21)

 

그리고 복음의 무대는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옮겨져 땅끝을 향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이 불려진 것도 바로 이때이다.

 

이 놀라운 구속의 역사를 이름도 밝혀 지지 않는 무명의 몇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니 놀랍지 않는가?

 

이 땅에서는 그들이 무명할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선 유명한 자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저 복음을 위해 순종하고 섬기고 사랑하며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그들이 천국문에 다달았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팡파르가 퍼진다. 깜짝 놀란 그들은 어떤 유명한 사람이 있나 두리번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얼마나 감동하고 감격했을까?

 

이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위한 순종도 열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방인을 지옥의 땔감 정도로 생각하는 선민의식을 뛰어넘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는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했을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이 택한 자들이 아니야…택하였다면 저렇게 살 수가 없어....”

 

우리가 정말 감사하는 것은 이방인들에게 복음이 전해진 것은 이런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복음을 전한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름 없는 사람 같으나 유명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에 대한 가치는 이 땅에서 온전히 알 수가 없다. 그 인생의 가치는 하나님이 평가해 주실 것이다.

 

“이름 없는 사람 같으나 유명하고, 죽는 사람 같으나, 보십시오, 살아 있습니다. 징벌을 받는 사람 같으나 죽임을 당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근심하는 사람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사람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고후 6:9-10, 새번역)

 

지금도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을 통하여 구원의 역사는 이어져가고 있다. 그들은 모든 환란과 역경을 견디며 복음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이 땅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기억해주지 않고 무명으로 잊혀져 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에서는 절대로 잊혀질 수 없는 가치 있는 인생들이다.

 

요즘 ‘성도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불려지고 있는 찬양이 있다. 성도들이 함께 모여 이 찬양을 부를 때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우리는 무명하나 유명한 자요~

죽음의 위기 속에도 참 생명 가졌고… 다른 이를 부요케 하는 자로다.~ 

 

송영민|시드니수정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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