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는 길목에서

국제교류증진협회 김창수 회장

글|송기태,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12/03 [16:06]

▲ 시드니 총영사를 지낸 김창수 국제교류증진협회 회장이 호주 워홀러들의 실태와 관련 유관기관의 지원사업을 파악하여 향후 워홀러 지원사업의 정책방향에 반영하기 위해 시드니를 방문했다.     ©크리스찬리뷰


 '선진국 클럽'의 위탁관리자

 
'시드니 총영사'의 재임 기간을 두고, 지난 몇년 동안 소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공관장은 통상 2년 반 정도 근무하기 마련인데, 3년 반을 시드니에서 재임했다면 분명 이변이다. 그것도 시드니 교민들이 계속 주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으로 그렇게 됐다면 과히 전설적이라고 할 수 있다. 

4년 2개월 전 우리의 시드니 총영사였던 김창수 장로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가 LA 근무를 마치고 떠날 때는 감사패만 20개 넘게 받았을 정도였다고 하니 어디에나 그의 근무 능력과 실적, 대교민관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는 증거가 된다.

4년 만의 만남, 그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외교통상부를 떠나 외교부 산하 (사) 국제교류증진협회(이하 국제교류협회) 회장으로 재임 중이었고, 안수집사에서 장로로 섬김의 범위와 용량이 확장돼 있었다.

"국제교류협회는 98년 1월 외교부 허가법인으로 설립되어 정부·민간차원의 국제교류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에 상응하는 국제적 기대와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물적 원조와 인력 개발 등을 지원합니다."

특히 2009년 11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한국의 위상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한국은 1961년 OECD 출범 이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뀐 첫 번째 사례가 됐다. 1996년 OECD에 가입한지 13년 만에 원조 선진국 클럽인 DAC 회원국이 됐다. 한국은 DAC 가입을 계기로 유엔,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선진 공여국으로 정식 인정받게 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와 국격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만큼 국가적인 의무도 크다. 한국은 앞으로 DAC가 채택한 권고를 이행하고 이를 향후 원조정책에 반영해야 하며 국제경쟁 입찰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매년 대외원조의 이행실적과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GNI(국민총소득)의 0.2%를 의무적으로 개발도상국에 원조해야 하는 명실공히 선진국 클럽 국가가 된 것이다. 국제교류협회와 김 장로는 세계를 품으며, 개도국을 원조하는 최첨병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선진 공여국의 지위를 갖게 됨으로써 개발 도상국들이 한국을 발전의 모델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국제교류협회는 특히 개도국 50개국 가운데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공직자, 전문가들을 연간 4,600명을 초청하여 271개 과정의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교육 훈련하고, 현장에 투입합니다. 

단기 2주 과정부터 최장 2년 석사과정까지 있습니다. 농업관련 과정부터 최첨단 IT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주로 이공계, 경제개발관련 학과목이 많습니다."

이들의 교육과 훈련은 대학이나 농업연구소, 농업연구소 등에 위탁하며, 국제 교류협회는 이 모든 과정의 프로젝트를 위탁받아 집행 관리하는 기관이라고 하였다.

 
▲ 김창수 회장은 워킹홀리데이 서포팅센터(소장 김민석)등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지난 11월 7일 간담회를 갖고 워홀러와 관련된 업무 협의를 가졌다.     ©한국신문


 워홀러들의 광장

 
국제교류협회가 이곳 교민들과의 밀접한 관계성은 지난 4월 1일 이후, 외교부로부터 워킹홀리데이생(이하 워홀러) 관련 임무를 위임받아 지원하는 것이다.

"워홀러 프로그램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 8개국(내년에 스웨덴과 덴마크가 추가됩니다만)과 18세부터 31세에 이르는 젊은이들에게 서로 비자를 주는 것입니다. 그들이 상대국가에서 일도 하고, 돈도 벌어 관광도 하고, 국제적인 안목도 키우고, 상대국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되지요, 이런 목적으로 선진 8개국과 협정한 것은 한국이 그만큼 선진국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상호주의에 의해 똑같은 숫자를 주게 돼있습니다. 미국과는 5천 명, 일본과는 7,200명 등으로 쿼터가 있습니다만 호주와 독일만은 무제한입니다. 한국 워홀러들의 80% 이상이 호주로 옵니다."

그가 추산하는 현재 호주에 체류 중인 워홀러는 8만명이라고 하였다. 이번 시드니 방문도 호주 워홀러들의 실태와, 관련 유관기관의 지원사업을 파악하여 향후 워홀러 지원사업의 정책방향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워홀러를 위한 법적 보호 지원도 빠질 수 없는 임무였다.

"호주 한인변호사협회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무료 법률 상담 변호사 리스트 및 상담 절차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이를 워홀러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워홀러가 성매매에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워홀러 통합 지원망을 중심으로 한 현지 동포 사회의 강화된 노력을 통해 한국인 워홀러들의 성매매 문제를 공론화하여 호주 정부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또 호주 한인 업소들이 워홀러를 고용할 때 최저 임금제를 준수하도록 홍보 및 계도 노력 강화시키는 것도 이번 방문 목적입니다."

또하나 김 장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매년 4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호주를 방문하고 있으나 워홀러로 한국을 방문하는 호주인들의 수는 연간 수십 명에 불과한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고호주인들에게 한국으로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호주 현지에서 한국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홍보 계획하는 것이었다.

김 장로는 워홀러들의 심각한 아픔을 보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인 여성 워홀러의 경우 남성 워홀러와 달리 성폭력 등의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호주 한인여성회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에 호주 체류 여성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호주에 있는 많은 한국인 워홀러의 경우, 임금체불, 사건 사고 등에 노출되어 있지만, 제대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몇몇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호주법에는 임금의 최저임금을 $18.50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호주인 고용주들은 99% 이상 피고용인의 최저임금을 준수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인 고용주들은 상대적으로 준수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사건사고가 났을 때 워홀러들은 호주 경찰 또는 긴급구조 서비스의 절차 및 구조를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사건사고가 나도 신고를 피하게 되기 때문에 워홀러들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된 사전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들었다고 하였다. 

경찰조서를 작성하게 될 경우, 첫 번째 작성하게 되는 조서가 상당히 중요하며, 변호사를 이용하는 문제 등과 관련된 교육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 4년 만에 시드니를 찾은 전 시드니 총영사 김창수 장로는 “시드니가 하나님께서 만드신 걸작품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크리스찬리뷰


 일인다역

 
시드니를 떠났던 그는 경상북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로 파견근무를 했다고 하였다.

"지자제마다 세계적 교류가 엄청 많아지면서 광역시마다 한 명씩 자문대사를 두고 있습니다. 주로 연고지에 많이 가서 고향 지자제를 세계에 '세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 임기가 끝났을 때 경북 도지사의 호의로 처음 임지였던 터키를 다녀오면서, 처음 외교부 입부 때 가슴 벅찬 설레임과 감동을 그곳에서 확인했다고 하였다. 이번에 국제교류협회의 중책을 맡으면서 다시 옛 임지였던 시드니를 찾으면서, 또 한번 감격했다.

"이곳에 있을 때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하나님께서 걸작품으로 만드신 곳인데 말입니다. 감사하면서 일하기보다 짜증과 불평을 많이 하면서 감사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회개합니다."

최근 그는 교회에서 숙제를 하기 위해 존 비비어의 '순종'을 읽으면서 몸살이 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

"하나님과 목회자의 권위에 대하여 논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율이 일었고, 몸살이 났습니다. 모든 권위는 존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을 수용하면서 그러지 못한 저 자신을 생각하면서 몸살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몸살을 앓을 정도로 순백한 마음을 가진 김 장로, 일인다역의 임무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외교부를 떠나 하프타임의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이, 새로운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리는 곳에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4년 전 그와 함께 했던 시드니의 밤은 점점 깊어갔다.

 

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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