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정, 건강한 목회의 전제조건입니다

글/정윤석, 사진/권순형ㆍ강민석 | 입력 : 2011/01/28 [11:40]
길자연 목사(70·왕성교회)는 기자를 만나던 날 스트라이프 무늬의 와이셔츠와 보라색 넥타이에 행커치프, 검정색 자켓을 입고 나왔다. 둥근 금테 안경 속에서 길 목사의 눈은 예리하게 빛났다. 올해로 70대에 들어선 그의 눈빛에선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는 얼마 전 대전 유성 지역을 급하게 갔다 왔다. 교단의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도, 기독교 기관의 큰 행사가 있어서도 아니다. 아내 천희정 사모(71)가 좋아하는 빵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천 사모가 무척 좋아하는데 다른 곳에는 없고 유성에서만 판매하는 빵이 있다. 그 빵을 사서 아내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사랑은 언제나 미완성, 자꾸 연습해야

길 목사와 대화하다보면 그의 목회철학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가화만사성’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는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목회도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행복한 가정 생활을 목회의 전제조건처럼 생각한다.

▲ 한기총 제22회기 대표회장에 취임한 길자연 목사     ©강민석

그는 새해 벽두부터 한국교회와 관련해서 발생한 불미스런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목회자의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내와의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길 목사는 “사랑은 완성이 아니라 언제나 미완성이다”며 “자꾸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길 목사는 한기총의 위상이 강화될수록 기독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한기총의 본연의 사역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도 자신을 권력의 핵심으로 생각하면 독재를 하기 쉬워진다”며 “한기총은 가맹 교단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고 입장을 충분히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단문제와 관련 길 목사는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 한기총 이대위가 이단해제 시도를 한데 대해 “유감이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시도를 하게 된 전말에 대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단 문제는 좀더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2010년 10월 22일 임원회 때 장재형 목사 등의 안건에 대해 차기 대표회장의 임기 때 다시 연구·보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를 뒤집고 서둘러서 모종의 결정을 한 것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배경에 의구심을 품게 한 행위였다. 그들이 이렇게 해제를 하게 된 그 전말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 목사는 “이단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다”며 “이번 회기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단 문제의 현안들을 처리할 테니 믿고 지켜 봐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장재형·변승우 목사에 대해 하나의 자연인으로 놓고 처음부터 철저하게 조사·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길 목사는 2011년 1월 20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22차 정기총회에서 대표회장으로 인준됐다.

다음은 길 목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의사의 길 8년 

- 목사님 함자에 대해 알고 싶다. ‘자연...’ 이름이 참 자연스럽다. 누가 지어줬고 어떤 의미가 있는가?

 “원래 내 이름은 ‘무한’이었다. 아버지께서 무한대로 뻗어가라는 의미로 지어주셨다. 그러나 어릴 때 몸이 약했다. 자주 아파하니까 부모님께서는 많은 걱정을 하셨다. 결국 스스로 자(自), 이을 연(延) 해서 자연으로 지어 주셨다. ‘연’자는 뻗어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자연’은 땅속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바위가 있으면 넘어가고 물이 있으면 헤엄쳐서 건너가야 한다. 스스로 뻗어나가야 한다. 영어로 하면 New frontier가 될 듯하다.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 고달팠는지도 모른다. 일을 이루기는 이루는데 힘들게 이룬다.”

▲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의 위상이 강화될수록 기독교의 임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한기총의 본연의 사역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찬리뷰

- 인생의 황혼기에 야곱과 같은 말씀을 하신다(웃음).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힘들다는 말씀을 잘 하시는 편인가?

 “이런 얘기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치르기까지 정말 많이 힘들었다. 대표회장으로 출마를 하니 문제가 되는 사사건건 선관위측에 고발되기도 했고 심지어 외화밀반출을 했다는,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이 유포되기도 했다. 나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은 합리적인 이치를 갖고 설득하면 어떤 사람도 말이 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진흙탕 같은 선거전 속에서도 나는 이 부분을 믿고 목사님들을 설득해갔다. 한기총 실행위에 소속한 대다수의 목사님들이 나를 신뢰해 준 결과 3선 대표회장을 만들어 주셨다. 나를 믿고 중요한 직책을 3번이나 맡게 해 준 실행위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몸은 위장병을 얻었고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 목사님의 이력 중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1964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과를 졸업한 후 한의사가 됐다는 대목이다. 어머니의 서원기도(길 목사의 모친은 이미 그가 태어날 때부터 목회자로 바치겠다고 서원하셨다)에도 불구 학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8년간 한의사 생활을 했지만 결국 목회를 하게 되셨다. 목회의 길로 돌아서게 된 어떤 동기가 있었나?

 “맞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목회자로 서원된 아들이었다. 한의사의 길을 걸어보려 했지만 8년간 하다가 결국 하나님의 섭리 때문에 신학을 하게 됐다.”

- 어떤 섭리였나?

 “그저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가 돼야 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그래서 칼빈신학교 야간에서 1년을 공부했고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에서 M.Div. 3년, 퓰러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를 했다. 일천한 학력이다.”

- 교수 생활을 하다가 목회로 전향한 어떤 목사님께서 ‘목회가 10배는 어렵다’고 하시더라. 그러나 ‘교수 생활보다 10배는 더 보람된 게 목회’라고 하시는 것도 들은 바있다. 목사님은 한의사도 하고 목회도 하셨다. 목회가 보람되신지 듣고 싶다.

 “목회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힘든 것만큼이나 큰 감격도 있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는 인간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는 사역이라 감격스러운 것이다. 기계도 엇박자가 나면 힘든 법이다. 목회도 제자리를 찾아가서 목회자와 성도가 서로 박자를 맞추면 감격스러워진다.

세상에 쉬운 게 없다. 공부도, 노동도 나름대로 모두 어려운 일이다. 목회는 죄인된 인간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게 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역이다. 그래서 참으로 보람있다.

성도들은 대부분이 교회를 출입할 때 어려운 문제, 방황 때문에 교회를 온다. 그런 분들이 태반이다. 그런 사람을 말씀으로 강건하게 하고 신앙으로 돌보면 변화가 일어난다. 마음은 안정을 찾고 확신을 갖게 된다. 그런 성도들의 변화를 보면서 ‘내가 정말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란 마음을 갖게 된다. 목회적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장사는 돈버는 맛에 한다. 목회는 사람을 일깨우는 맛에 한다. 그래서 너무나 소중하다. 가슴에서 이 마음이 식지 않아야 맛깔스런 목회를 할 수 있다.”

- 목사님의 맛깔스런 목회를 도와 주는 가족들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사모님과 가족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아내는 천희정(71)이다. 딸 길한나(46), 사위는 문태순(48)이다. 딸은 칼빈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이고 사위는 미국에서 신경내과를 전공한 의사다. 현재 노인병원원장이다. 아들 길요나(44)는 미국 탈봇신학교와 풀러에서 공부했고 현재 과천 왕성교회 담임이다. 며느리는 박영숙(44)이다. 친손자가 3명인데 재전, 재신, 재경이다. 첫째는 성전에 살아라, 둘째는 믿음 안에서 살아라, 셋째는 성경 말씀 안에서 살아라는 의미를 담아서 내가 직접 지어 줬다. 자녀들에게 늘 하는 말은 늘 베풀면서 인간관계를 덕스럽게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기총은 예수 중심의 기독인 단체

- 이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관련한 말씀을 듣고 싶다. 국회의원으로 따지면 3선이 되셨다. 목사님께서 2002년~2003년 2회 연속 대표회장을 하실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이 한기총의 위상강화였다. 그 말씀 그대로 한기총은 대 사회적으로 기독교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기총을 통해 가장 중점사역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를 살펴본 일이 있다. 천주교가 43%, 불교가 33%, 기독교가 17% 남짓하더라. 일반 국민들에게는 기독교가 좋은 이미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진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삶이 뒷받침 되지 못해서다. 나는 행동하는 신앙을 좋아한다. 보수적인 신앙인들이 사회 변혁을 위한 역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데는 부족했다.

▲ 한기총이 주관한 국민화합기도회를 마친 후 십자가를 메고 행진하는 길자연 목사     ©강민석

이제 그리스도의 삶을 보여 줄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진보·보수로 나뉘어 있지만 한기총은 보수단체가 아니다. 우리는 예수 중심의 단체가 돼야 한다. 진보 성향의 사람이나 보수 성향의 사람이나 모두가 전도대상이고 구원받아야 할 대상이다. 올해 한기총을 예수 중심의 기독인 단체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싶다.

한기총은 불안한 사회속에서 많은 성도들이 기도한 결과 정말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럴 때일수록 정경분리의 원칙을 굳건히 하고 정치·권력 지향적인 기관이 돼선 안 된다. 위상이 강화될수록 기독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한기총의 본연의 사역에 충실해야 한다.

대통령도 자신을 권력의 핵심으로 생각하면 독재를 하기 쉬워진다. 한기총은 권력기관이 아닌 만큼 가맹 교단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고 입장을 충분히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건강한 가정생활과 부부생활이 필수

- 한국교회는 새해벽두부터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의 연속이다. 인터넷에서 기독교가 ‘개독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차세대 목회자들의 추문이 연이어서 들린다. 이런 한국교회의 위기 가운데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참으로 불미스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원인제공은 열매없는 신앙을 가진 목회자들의 문제다. 덕성이나 윤리관을 도외시한 신앙관의 허점에서 나온다. 타락한 인간의 본능은 목회자라도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 건강한 가정생활·부부생활은 필수다. 가정에 행복이 없는 목사는 목회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결혼한 지 48년이 됐다. 평생 부부사이에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70세, 아내가 71세로 연상이다. 오늘 내 공부방에 아내가 들어왔다. 내가 추울 때 입는 두툼한 장교복을 입고 왔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아내를 꼭 껴안고 기도를 해줬다. 요즘 아내를 위해 계속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 여성들은 나이가 많아지면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우울증이 온다. 내가 꽃미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씩씩하고 능력있는 남자 아닌가. 그렇게 기도하니 아내가 무척 행복해 한다.

▲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길자연 목사는 “이단문제만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며 “믿고 지켜봐 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민석

내 아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다. 나는 아내가 71세의 노인으로서가 아니라 처녀 때 나와 데이트하며 등산을 하며 데이트할 때의 모습으로 보인다. 아내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사실 없다. 사랑은 완성이 아니라 언제나 미완성이다. 자꾸 연습해야 한다. 부부간에 사랑이 있으니 집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대전 유성에 다녀 왔다.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만 파는 독특한 빵이 있다. 이런 게 다 사랑을 키워가는 훈련이요, 연습이다.

가정의 행복이 목회의 전제조건인데 아내와 갈등이 있고 싸움을 하게 되면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법이다. 범죄한 사람은 회개하면 하나님이 용서를 하시지만 그 죄가 반복될 경우 그를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지 않으실 수 있다. 목회자들이 가장 조심할 게 여성·물질 문제다. 생명처럼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 자기 마음 하나, 여자에 대한 연민의 마음 하나 조절 못하면서 무슨 목회를 한다는 건가?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윤리적 문제인데 결국 해결은 행복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이단문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확실하게 처리할 것 

- 이단 문제는 올 한해 한기총의 뜨거운 이슈였다. 이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실 계획인가?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한기총 이대위가 이단해제 시도를 너무 섣불리한 데 대해서 유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 이단 문제는 좀더 심도있는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2010년 10월 22일 임원회 때 변승우·장재형 목사 등의 안건에 대해 차기 대표회장의 임기 때 다시 연구·보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를 뒤집고 서둘러서 모종의 결정을 한 것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배경에 의구심을 품게 한 행위였다. 그들이 이렇게 해제를 하게 된 그 전말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기에 이단 문제를 새롭게 짚고 넘어갈 것이다. 변승우·장재형 목사에 대해 하나의 자연인으로 놓고 처음부터 조사를 하겠다. 이단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다. 믿고 지켜 봐 달라. 모두가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단 문제의 현안들을 처리해 가겠다”.

- 마지막으로 호주 한인교회 교인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예수님이 언제 오실 지 우린 알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주님을 기다리는 재림신앙을 가져야 한다. 종말이 오면 이단이 횡행한다. 많은 이단들이 교인들을 찾아 다니며 미혹의 손길을 펴고 있다. 호주에 계신 성도들께서는 아무쪼록 건전한 교회를 선택하고 건전한 신앙을 가지시길 부탁드린다.

 

정윤석|크리스찬리뷰 한국 주재기자

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강민석|국민일보 사진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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