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고 걷는 영적 순례

(A horseback spiritual pilgrimage)

글|윤대섭/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7/25 [12:28]
앨리스 스프링스로 돌아오는 길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에베소서 1:11) 

 
▲ 호주의 심장부 올가산 십자로에서 만난 엘리야 여정의 두 팀     ©윤대섭

우리 일행이 올가산(Mt. Olgas) 에 가까이 다가 갔을 때, 한국팀과 나는 앨리스 스프링스로 바로 돌아가야만 했다. 앨리스 스프링스 카라반 팍이 오후 7시에 문을 닫으면 캠프장에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 한국팀 일행은 올가산이 보이는 그곳에서 글렌 목사  일행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바로 앨리스 스프링스로 차를 몰고 돌아와야만 했다. 

글렌 목사 부부와, 브레들리 형제는 올가산까지 가서 제단을 쌓고 성찬식을 가진 후 앨리스 스프링스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우리 일행이 거의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100km 쯤 다달았을 때 글렌 목사는 내게 전화를 걸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대섭 형제,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맞출 수 있겠소? 빌 형제를 만났다구… 빌 형제를…!” 흥분을 감추지 못한 글렌 목사는 전화에 대고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빌 형제는 서호주의 제럴톤(Geraldton)에서부터 말을 타고 호주를 횡단하여 뉴사우스웨일즈의 베트맨스 베이 (Batemans Bay)까지 가는 기도 대장정을 출발한 엘리야 여정의 다른 한 팀의 리더였다. 그리고 글렌 목사와 우리 팀은 남쪽의 포트 어거스타에서 북쪽의 다윈까지 호주 종단을 하는 기도 대장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횡단 팀의 빌 형제가 끝없이 넓고 넓은 광야의 한 가운데서 글렌 목사와 우연히 만난 것이었다. 글렌 목사는 엘리야 여정 처음부터 빌 형제 팀과 호주 중심부에서 만나고 싶다는 말을 기도처럼 했지만, 그 먼 여행을 하면서 그와 만날 수 있는 날짜와 시간과 장소를 맞추기는 인간적으로 불가능했기에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빌 형제와는 거의 3주간이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었기에 이런 예상치 않은 만남은 너무 놀랍기만 했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단정 짓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 만남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엘리야 기도대장정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고 호주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우리를 부르셔서 기도하게 하셨다는 사실이 너무 분명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 엘리야 여정의 두 팀이 우연히 올가산 십자로에서 만났다. 빌 형제(왼쪽)와 글렌 목사, 브레들리 형제     ©윤대섭

호주를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말을 타고 횡단하며 기도하게 하시고,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종단하며 말을 타고 걸으며 기도하게 하신 분은 바로 이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분명했다. 그분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곳 호주 땅의 하늘 문을 여실 것이다.

잠언 21장 30절에 성경은 말하길, “지혜로도 못하고, 명철로도 못하고 모략으로도 여호와를 당하지 못하느니라.”  주님, 주님께서 이 땅을 위해 사랑으로 계획하신 그 계획이 이 땅에 다 이루어지길 소원합니다.  이 땅을 축복하옵시고 또한 모든 열방을 향한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 주옵소서. 

 
사랑과 희생 - 달리워터스, NT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고린도후서 6:10)

나는 다윈에서 600km를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엘리야 여정 팀에 다시 합류하였다. 저녁 식사 후 다른 팀원인, 김제동 형제, 브레들리 형제, 그리고 글렌 목사와 함께 자그마하게 지핀 모닥불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지난 3주간 내가 팀을 떠나 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글렌 목사의 얼굴 표정에서 3주 전의 모습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와의 재회를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혼 깊은 속에서부터 나오는 슬픈 얼굴의 표정이 그늘져 있었다. 글렌 목사는 그가 몹시도 아꼈던 말, 그를 태우고 배로우크릭까지 거의 2천km를 걸었던 빌리에 대한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동물에 불과한 말을 그처럼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글렌 목사는 빌리의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런 죽음의 과정을 소상히 이야기하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결국은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 캐서리나 해변가, 다윈 외곽의 개미집, 테난트크릭에서 사망한 빌라도 호주의 야생마 브럼비와 글렌 목사, 파인크릭에서 제단을 쌓고 기도하는 그렌 목사(사진 위 외쪽부터 시계방향)     ©윤대섭

하나님께서는 엘리야 여정의 팀원들에게 소중한 것을 가르치고 계셨다. 희생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엘리야 여정은 결국 하나님의 사랑과 희생을 몸으로 체험하는 일정이었다. 사랑과 희생이 뒤엉켜 두 줄기의 눈물이 글렌 목사 얼굴에 흐르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엘리야 여정의 마지막 경로를 지나면서, 우리의 기도는 더욱 절박하게 우리의 영혼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버지 하나님, 제발 우리 마음을 받아 주세요. 우리의 희생 제물을, 우리의 몸으로 드리는 기도를 받아 주세요.  우리가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매일 우리 주님을 따라 갑니다. 이 땅의 하늘 문을 열어 주세요. 이 땅의 백성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그들 모두를 구원해주세요.”   

 
마라톤 여정을 마치며 - 캐서리나비치, 다윈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역대하 7:14)

 
▲ 시드니에서 올라 온 히즈스토리교회 청년들이 다윈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사역했다.     ©윤대섭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전부는 단지 엘리야 기도 여정의 한 장을 마감하는 조촐한 기념식뿐이었다. 이는 엘리야 기도 여정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작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놀라운 일을 하셨다. 우리의 친구이면서 오렌지 기도의 집 예배 인도자인 재임스 러튼 씨를 때에 맞춰 오렌지에서 다윈까지 공수해 주신 것이다. 그는 새로운 이정표를 함께 세우고 기념하기 위해 그의 악기인 기타를 들고 캐서리나 해변가에 나타났다. 

그의 친형이면서 호주 군대에 근무하고 있는 닉 러튼 대위도 함께 나타났다. 그런데 닉 러튼 대위의 모습이 우리가 그동안 걸어온 엘리야 여정의 정신 가운데 중요한 것을 한 가지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것은 800명 호주 경기병(기마병) 의 투혼이었다. 

1917년 10월 31일  800명의 호주 자원 경기병은 팔레스타인 사막에 말을 몰고 가로질러 달려가서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된 난공불략의 아성, 4천400명의 보병이 진치고 있었던 브엘세바를 점령했다. 이로 인해 지난 400년간 터키의 지배를 받아오던 팔레스타인 지역을 영국과 호주 연합군이 재탈환하는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 당시 타고 달리던 그 말들이 호주의 야생마 브럼비였던 것이다.

글렌 목사와 엘리야 여정 팀은 지난 10주간 두 마리의 길들인 호주 야생마 브럼비(그 중의 한 마리 빌은 여정 중 사망했다)와, 또 한 마리의 경주용 말을 타고 호주를 종단하면서 기도할 때 800경기병의 투혼이 이 땅에 다시 임하기를 기도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조촐한 기념식에 닉 러튼 대위가 나타나 함께 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곳 캐서리나 해변가에서 우리는 10주간의 기도 대장정을 마감하며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여기까지 인도하고 도우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엘리야 여정의 한 부분을 마무리하게 해주심을 감사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기신 그 일, 남해의 포트 어거스타에서 북해의 다윈까지 말을 타고 걸으며 기도하는 그 일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에 주님의 은혜 외에는 우리가 자랑하고 내세울 그 어느 것도, 아무 것도 없읍니다.  주님께서 보호해 주시고, 주님께서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공급해 주셨읍니다.  

우리는 이 여정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고,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자비의 손길로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을 만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놀라운 모든 일로 인하여 감사하고, 성실하게 긴 여정 기간 동안 중보기도 해주신 많은 분들과 재정과 시간과 물질로 후원해 주신 많은 분들과, 직접 먼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와 함께 기도해 주신 분들로 인해 감사를 드립니다. 

오렌지의 지역교회들, 하비스트교회와 히즈스토리교회로 인하여 감사를 드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아픔과 슴픔과 기쁨을 소리없이 함께 나눈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들로 인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 우리는 이 땅의 치료와 회복을 위헤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영혼 구원과 깨진 가족들의 회복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영광이 이땅에 충만한 그날을 보기 원합니다. 그리고 영원토록 주님의 이름을 높이고 주님을 예배할 것입니다. 아멘.〠

 

윤대섭|오렌지 기도의 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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