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반 잔의 묵상 시간

백종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9/27 [11:46]
©Lex Sirikiat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라는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폴란드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겨울이면 살인적인 추위가 찾아오는데 강제수용소에서 오후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었습니다.

 

사실 말만 커피일 뿐 악취가 나는 따뜻한 물에 불과했지만 너무 춥고 먹을 것이 거의 없는 곳이었기에 수용소 안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소중한 커피 한 잔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를 받기가 무섭게 얼른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소수의 어떤 사람들은 커피의 절반만 마시고 남은 반으로는 얼굴과 손을 씻었습니다. 수용소에는 샤워는 물론 대소변을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제대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미 더럽고 냄새가 나는 몸이었기에 손과 얼굴을 약간 닦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지만 이들은 남은 반 잔의 커피물로 손과 얼굴을 씻었습니다. 비록 나치가 자신들을 짐승처럼 취급할지라도 자신들은 고결한 인간이며 존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이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절망하기 때문에 죽습니다. 커피 반 잔의 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상황과 형편이 좋아보일지라도 그 마음속에 절망이 가득하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집과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는데 막상 직장이 수용소같이 느껴질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정작 자신은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돈과 사람들의 인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 모든 것이 그 사람에게는 아우슈비츠에서 주어졌던 악취 나는 한 잔의 물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것으로는 자신이 존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이 얼마나 고결한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아합왕의 궁전 선지자

 

반면에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존귀한 사람인가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기까지 우리를 향한 사랑을 증명하십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크리스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적인 기준을 따라, 곧 세상의 조건과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것으로 자신의 갈급함을 채우려고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실상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소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악한 왕의 대명사로 사용하는 북이스라엘 아합왕입니다. 아합왕의 궁전에는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으로 예언하는 선지자들도 무려 400명이나 있었습니다.

 

즉 아합왕은 자신이 조상들이 믿었던 하나님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어떤 신이든지 나에게 유익을 주는 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것이 곧 우상숭배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는 아닙니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미리 대비하고자, 수많은 대안들로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어느 학교를 가는지가 마치 성공의 척도처럼 여겨지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얼마만큼 돈을 벌고 있는지, 얼마나 유명한가에 따라 자신과 타인에게 점수를 매기며 안정감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모두 중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너무 분주한 나머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 잠잠히 묵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위기 가운데 있을 때, 예수께서 내 길이시며, 진리이며, 생명이라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나의 모든 관심사였고 시간을 투자했던 방법을 따라서 물질과 건강과 인맥으로 그 해법을 대체하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해하지 말 것은 예수님에 대해 묵상하라는 것이 여러분의 삶을 내팽겨 두고 성경만 읽고 기도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너무나 소중한 믿음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잠깐의 시간일지라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확인하며 여러분의 고민을 질문하며 응답을 구하며 기도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커피 반 잔의 묵상 시간

 

다시 한 번 제일 처음 소개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사람들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자신은 더럽고 냄새나는 몸이었기에 손과 얼굴만 닦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커피 한 잔이 주어지면 얼른 마시기에 급급했습니다.

 

반면에 소수의 사람들은 남은 반 잔의 커피물로 손과 얼굴을 씻었습니다. 이와 비교해서 생각한다면 분주한 우리의 일상에서 주어진 잠깐의 시간 여유 쉼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묵상으로 여러분의 손과 얼굴 곧 마음을 씻으라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매일 점심을 먹은 후에 여러분이 분주하게 하던 일에서 떠나 잠시 시간을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잠시 산책을 한다든지 혹은 5분간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든가 성경을 몇 장 읽는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의 가치 우선순위를 체크하면서, 오늘의 나에게 중요한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매일의 삶에서 이를 묵상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비효과’라는 말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혼자만의 짧은 묵상과 매일의 고백으로 시작한 일이 작게는 우리 가족과 교회, 크게는 세상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떨리고 두려운 곳이라 할지라도 예수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혹 여러분이 돈이 없고 가진 것이 없어서 세상이 여러분을 무시할지라도 우리는 존귀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키실 것이고 우리는 참된 인간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커피 반 잔의 묵상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백종규|히스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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