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만드는 공동체

송영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3/28 [14:20]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바라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했다. 러시아 군대가 무차별적으로 폭격한 민간인 시설에 무고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방공호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인들, 피난 가다가 폭격에 몰살한 가족들 …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은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항전하고 있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항전하는 이유는 뭘까?

 

국가는 스토리 위에 만들어진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왜 이번 전쟁에서 이미 패배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에 올렸다. 그리고 “러시아 제국의 사망진단서에는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이름이 적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같은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우크라이나에게 패배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이해가 안된다고 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결국 스토리 위에 만들어진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앞으로 어두운 시대가 끝나고 난 후 윗 세대가 아랫 세대에게 전하는 스토리를 늘려가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역사학 이론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인류가 민족이 형성되고 국가가 형성되는 데는 단지 인종적인 구별이 아니라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즉 나는 우크라인이야, 나는 한국인이야, 하는 것은 그 나라를 건국한 사람들의 스토리들로 굳건하게 세워진다는 것이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푸틴의 공격 속에서 신화로 승격시킬 수 있는 자랑 스러운 스토리를 쓰는 중이다.

 

“나는 대피할 수단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야기, 러시아의 포격의 위협 속에 “엿이나 먹어라”고 했던 스베이크 섬에서 목숨 건 수비대원들 이야기, 맨몸으로 탱크를 막으려 했던 이야기, 외국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기 위해 스스로 귀국하는 국민들은 물론 화염병으로라도 조국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 등등은 우크라이나가 영원히 기억하며 되새길 자긍심의 기록들이다.

 

강한 공동체는 스토리가 있다

 

강한 공동체의 특징은 보람, 열정, 역경 극복 등 공동체가 해냈던 성취와 보람, 긍지와 자부심을 스토리로 엮어 후세들에게 끊임없이 되새겨 준다.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방학이 되면 자녀들을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다녀오도록 한다. 그들은 홀로코로스나 아우슈비츠 박물관에 가서 자신의 선조들이 어떻게 고난의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생생하게 바라보게 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들을 사진과 필름, 육성 녹음, 편지 그리고 수용소 관련 각종 서류 등을 통해 고난의 스토리들을 듣는다.

 

하루 종일 박물관에서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자녀들은 눈물을 흘리며 나온다고 한다. 유대인들의 강한 공동체성은 바로 성경과 함께 고난의 역사를 자녀 세대에 전수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들이 경험하는 한국의 눈부신 삶의 축복은 이전 세대의 고난의 역사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 기독교가 부흥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눈물나는 신앙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유관순을 주제로 한 ‘항거 유관순’이라는 영화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독립을 위한 3.1운동의 장본인인 유관순은 일본 순사들에게 온갖 고문을 당면서도 독립만세를 외치며 끝까지 항거하다가 만신창이로 죽어 간다. 여자로서 견딜 수 없는 수치까지 당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 순사는 그녀의 의지를 꺾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홀로 누운 독방, 조선인으로 일본군 밑에서 일을 봐주던 사람이 물어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요?”

 

그때 유관순이 그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

 

“그럼 누가 하는 거요?”

 

안타까운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최근 발행하는 고등학교 교과서 8종류 중 4종류에서 3.1운동을 다루면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는 삭제를 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까지 누려온 찬란한 유산은 바로 이들의 희생으로 였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은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다. 군인, 의원, 예술가, 운동선수, 사업가, 농부, 여자들 할 것없이 모두가 이 전쟁을 위해 필사적으로 항전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상황은 러시아군의 폭격에 곧 패배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이긴 전쟁을 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사들이며 그의 나라를 위한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독립투사처럼 일어나라

 

이민자로 이곳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크리스찬들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자들이다. 악한 영들은 하나님을 배격하는 사상들과 문화, 정치, 경제, 예술 미디어 모든 분야에서 융단 폭격을 퍼붓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교회에서 성도들은 흩어지고 있다. 성도로 살아가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한 없이 나약해 보인다. 늘 고난만 당하고 얻어터지는 것 같다. 그러나 성도들은 이미 이긴 싸움을 하는 것이며 하나님 나라의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지난 글에서 ‘교회들이 아프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성도들은 세상에 조롱을 당하는 교회들을 바라보면서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아파해야 한다.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멈추면 안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의 독립투사들이다. 우리의 선배들이 어떻게 하나님 나라 위해, 교회 위해 희생했는가? 그때는 더 가난하고 더 힘들었지만 우선 순위를 하나님 나라에 두면서 살았다.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리의 후세들에게 믿음으로 승리한 스토리들을 들려주어야 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에서의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반 나치 운동으로 대항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갔던 디트리히 본회퍼목사는 히틀러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투옥 중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한 달여 앞둔 4월 9일, 39세에 교수형으로 생애를 마친다.

 

목숨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하나님의 선한 능력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믿음으로 기대하신다는 본회퍼 목사는 고백한다. 그리고 교수형을 받기 전날 싸늘한 감옥에서 두려움으로 떨리고 외롭고 슬픈 옥중에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시를 써서 보낸다. 이 시는 찬송이 되어 독일인들의 가슴속에 믿음의 스토리가 되었다.

 

주 선한 능력으로 안으시네 그 크신 팔로 날 붙드시네,

절망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는 주 얼굴 구하리.

선한 능력으로 일어서리 주만 의지하리 믿음으로

우리 고대하네 주 오실 그 날 영광의 새날을 맞이하리

이전의 괴로움 날 에워싸고 고난의 길을 걷는다 해도.

주님께 모두 맡긴 우리 영혼 끝내 승리의 날을 맞으리

 

성도들이여!

하나님의 나라의 독립투사처럼 다시 일어나자. 날마다 선한 능력으로 일어나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자. 고난의 길을 걷는다 해도 찬란한 영광의 그날을 고대하며 일어나자.〠

 

송영민|시드니수정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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