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교

손영모/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10/24 [16:16]
▲ 원주민 장례식을 집례하는 김성태 선교사. 김 선교사는 장례식 설교를 구원의 유일한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최고’의 기회로 여긴다. ©손영모    

 

▲ 김성태 선교사와 고경숙 선교사는 지난 10년 동안 더비 피플스 교회(Derby People’s Church)를 섬기고 있다. 주일예배 전경. ©손영모    


서호주 북서부에 위치한 브룸(Broome) 공항에 내려 동북방향으로 225km를 3시간여 동안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 인구 3천200여 명이 거주하는 더비(Derby)라는 소도시이다. 이곳에서 김성태 선교사(74세)와 고경숙 선교사가 10년 동안 더비 피플스 교회(Derby People’s Church)를 섬기고 있다.

 

더비를 중심으로 지근거리에 있는 모완줌 커뮤니티(Mowanjum Community)와 1번 도로(Great Northern Hwy)를 따라 250km 이동거리에 위치한 피츠로이 크로싱(Fitzroy Crossing)에 근접해 있는 준주와커뮤니티(Junjuwa Community)와 바율루 커뮤니티(Bayulu Community), 그리고 1번 도로에서 빠져 나와 비포장길로 30km (Looma Community)와 72km (Noonkanbah Community)를 SUV 차량의 힘에 의지해야 접근할 수 있는 마을까지, 7박 8일간(10월4~11일) 원주민 선교현장 방문을 몇 가지의 소주제로 나눠 기록했다.

 

특이하게도 짧은 방문기간 중 연 이틀 동안 두 차례의 원주민 장례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찰리 프라이드(Charley Pride)가 부르는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를 가족과 지인의 ‘품에 안긴 고인’(관,coffin)이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는 동안 잔잔히 울려 퍼진다.

 

하얀색 상의(또는 고인과 함께 한 그룹의 고유색)를 입은 추모객들은 슬픔의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기도와 성경 봉독에 이어 추도사(Eulogy)가 낭독되고, 고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글(Tribute) 수 십 편이 읽혀지고 그리고 고인과 함께 했던 이들이(가족, 친구, 동호인) 나와서 사랑과 우정의 기억을 나누는 시간(Sharing)을 제한없이 가진다.

 

▲ 모완줌 커뮤니티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도하는 김성태 선교사. ©손영모     

 

교인들의 특송이 있고, 선교사의 말씀이 선포되고 기도로 마무리되면, 고인의 몸(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공원묘지에서 앨런 잭슨(Alan Jackson)의 달콤함에(In the sweet by and by)를 들으면서 함께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며, 고인을 영원한 본향으로 송별한다. 원주민은 장례식 일정을 사망일로부터 2~3달 후로 정한다.

 

그동안 원거리에 있는 친인척이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절하고, 장례식 소책자(Funeral Service Booklet)를 제작(30여 페이지, 장례순서, 추도사, 추도글, 사진 등 수록)하고, 공고판(Woolworth, Post Office 등)에 장례일정을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며 주변에 알리는 일, 그리고 장례를 치를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 ‘밖’에 있는 이들이더라도 장례식만은 그리스도의 몸(교회) ‘안’에서 진행하려고 교회에 의뢰를 한다. 그들의 몸은 비록 주로 ‘밖을 향해’ 있었을지라도, 하나님은 그들의 영혼을 ‘안’으로 이끌기를 원하신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교사는 장례식 설교를 구원의 유일한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최고’의 기회로 여긴다.

 

‘안 밖을 오간’ 고인들의 삶을 생경하게 기억하는 선교사의 마음은 추모객을 향해 ‘그리스도 예수 안에 머물기’를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영생의 기쁨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구원의 말씀’을 절박하게 선포한다.

 

두 번째로는 원주민은 자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데 있다. 룸마 커뮤니티(Looma Community)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판이 보인다.

 

“Looma is an alcohol free community. Please respect our laws.”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쓰여 있고, 이어서 세부적인 규칙들이 적혀 있다. 알코올 류를 반입할 수 없고, 음주상태에서도 들어올 수 없으며, 마을 안에서 험악하게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 등등이며 이를 어기는 자는 마을에서 쫓겨나며, 벌금이 부여되고 감옥에도 가게 된다는 경고 규칙도 열거되어 있다.

 

▲ 룸마 커뮤니티원주민 어린이들과 함께 한 정기옥 목사(왼쪽)와 필자 손영모 집사(오른쪽). ©손영모     

 

원주민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 술, 마약, 부도덕 등이 외부인의 인식안에 누적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을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폐차된 차량, 어지럽게 버려져 있는 일회용품, 관리되지 않는 듯한 시설물들을 보면 원주민에 대한 이런 통념이 사실인식으로 확정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통념이든 사실 인식이든 그들이 ‘좋고 나쁨’을 구별하기를 외면한다거나, 개선된 공통체로의 전환노력이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다.

 

룸마 커뮤니티는 ‘평안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의 공동체’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오랜 시련의 집단 경험을 넘어서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조상들의 삶의 정신을 재해석해 내는 원주민 공동체의 잠재된 의지와 힘을 발견한다. 이를 위해 여러 방안으로 도와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사역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룸마 사람들은 선교사와 일행의 방문을 진실로 반기며 함께 사진 찍는 것도 기뻐하며, 심지어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를 선뜻 선물로 준다.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어서 강아지의 이름을 그 마을 이름을 따서 ‘룸마 Looma’로 부르기로 하였다.

 

세 번째는 하나님의 복음은 멀고 험하고 구석지고 외진 곳을 외면하지 않는다. 바율루 커뮤니티(Bayulu Community)를 방문했을 때 사역했던 목회자(Pastor)가 병환으로 은퇴한 후 예배가 멈추고 간판마저 떨어져 나가고 없는 교회를 보는 선교사의 마음은 땅을 보고 걷는 뒷모습에서 그 아픔이 배어 나온다.

 

▲ 더비(Derby)지역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원주민 선교 사역을 하고 있는 김성태 선교사.  ©손영모     

 

백혈병으로 은퇴할 수 밖에 없는 목회자 프랭크(Frank)의 집으로 찾아가 고경숙 선교사께서 정성껏 준비해 준 선물을 안기며 위로와 축복의 기도로 끊어질 수 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함께 나눈다.

 

눈칸바 커뮤니티(Noonkanbah Community)에서도 유사함을 본다. 실질적 주인이자 영적 리더였던 디키 콕스(Dickey Cox)가 2017년에 별세한 후 그의 아들과 딸이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신학과정을 정식으로 밟지 않아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한다.

 

그들도 목회자가 새로 부임하기를 진실로 원하고 있다. 목회자의 부재와 예배의 중단사태를 접하는 김성태 선교사의 마음은 다급하게 타들어가는 듯하다. 더비에서 사역하기 전 홀스 크릭(Halls Creek)에서 4년간 선교활동을 해서 그곳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홀스 크릭 역시 목회자 부재상태를 확인하고 방문자들에게 ‘기어이’ 알려주신다.

 

심지어는 시드니로 출발하는 아침에 킴벌리(Kimberley) 지역의 커다란 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여기도 목회자가 없어요’라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UAM(The United Aboriginal Mission, 1909년 설립)이 2019년에 해산된 것이다. 킴벌리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관리하여 왔던 조직이 사라지고 나서, 목회자를 필요로 하는 원주민 교회의 절실한 요청을 채워 줄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이 지역에서 14년 동안 사랑으로 섬긴 선교사의 애끓는 마음이 성경의 한 장면을 불러낸다. ‘그 분께서 택하신 족속 그분의 소유된 백성’인 원주민 그리스도인들을 바라보는 하나님은 베드로에게 “내 양떼를 먹여라”라고 세 차례 반복한 요한복음의 마지막 장면을 보여준다.

 

멀고 외진 곳 소수의 부족으로 살아가는 거룩한 그리스도의 공동체 안으로 ‘복음에 빚진 자들’을 보내어 양떼를 먹이게 할 것이다. 이렇게 분명히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증거될 것임을 선교사와 방문객 일행은 믿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믿음의 역사’을 결행하고 있는 김성태 선교사와 함께 선교의 동역자로 ‘사랑의 수고’를 기쁨으로 힘써 하는 고경숙 선교사, 그리고 ‘소망의 인내’를 감사함으로 품고 있는 더비 피플스 교회 성도들에게서 ‘남은 자의 신앙’을 배운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마 9:37)에 붙들려 50대 후반에 신학공부를 시작하고, 61세에 선교현장으로 뛰어들어 14년이 흐른 지금, 더비 피플스 교회는 곧 추수꾼의 수확 그 자체가 되어 있다. 하나님의 복음은 ‘편리’가 아닌 ‘평안’이지만 편리함에 익숙한 도시 그리스도인은 붉은 흙을 밟고 사는 ‘남은 자의 평안’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비드-19 이후 첫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 주고 먼 길 험한 길로 운전하며 안내해 준 김 선교사 부부를 통하여 ‘남은 자의 평안의 복음’을 경험한 일정이였다. 원주민 선교에 대한 열정이 한인교회에 다시 점화 되길 기도하고, 선교단체와 개별 교회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모습 또한 주 안에서 이뤄지길 소망한다.

 

이 모든 일정을 펼쳐 주시고 보호해 주신 우리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손영모|시드니온누리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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