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cm 못난이가 공주로 변한 예배당

엄상익/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06/27 [15:34]
새벽 4시. 어둠이 깊은 서초동 네거리에 삼삼오오 모여드는 군중들이 빨려들 듯 땅속의 지하예배당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7천 석 가까운 자리가 꽉 차고 그래도 사람들은 밀려들고 있었다. 그 허공 위에는 성령이 바람처럼 부는 느낌이었다.
 
특별 새벽기도회였다. 군중들 앞에 마이크를 든 한 여자가 나타났다. 어린애 같이 작고 말려 올라간 입술 사이에 이빨이 보였다. 그녀는 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제가 키가 134센티미터입니다. 전들 이렇게 작고 못나게 태어나고 싶었겠습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깊은 호수 속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아기 때 아버지가 화가 난다고 던져서 척추장애인이 됐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저를 항상 죽으라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아이 때 왕따를 당하고 항상 슬펐습니다.”
 
그녀는 열다섯 살 무렵 편물기술을 배우고 기능인이 되었다.
 
“기술을 배울 때 예수 믿는 분이 제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파’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제게 전해져 온 그 말은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었어요.”
 
절규하는 그녀에게 그때 주님이 찾아가 주신 것 같다. 편물 기술자가 된 그녀의 다음 운명은 공교롭게도 아프리카의 오지에 기술을 가르치러 간 평신도 선교활동이라고 했다. 흙집과 구정물, 병과 가난이 가득 찬 땅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무보수로 기술 선생 노릇을 14년을 했다. 육체적으로 환경적으로 그녀는 어둡고 힘든 곳에서만 존재하는 운명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요? 한국에서는 장애자고 못났다고 천대하는데 아프리카에서 까만 눈망울의 아이들은 다들 저보고 정말 예쁘다는 거예요. 귀엽대요.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해 줬어요. 저를 진짜 정상인으로 보는 눈들이었어요. 저는 그게 얼마나 눈물 나도록 기뻤는지 몰라요.”
 
어느 날 하나님은 그녀에게 갑자기 날개를 달아준 것 같았다. 미국에 있는 한국교회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컬럼비아 대학에 유학하게 됐다. 그녀는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예수를 안 믿을 때 내게 오는 고통들은 하나하나 다 깊은 상처였어요. 그런데 말이죠 믿음을 가진 이후에 오는 어려움들은 원석인 저를 다이어먼드로 깎기 위한 작업인 거예요.”
 
새벽 예배가 끝난 후 나는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근처 음식점에서 우동 한 그릇을 시켜놓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기적은 그렇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동화나라 같으면 못난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아름다운 백설 공주로 변신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형태로 공주가 됐다.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변신한 것이다. 동화 속에서는 인간의 육체가 변하지만 하나님은 그녀를 보는 사람들의 눈을 바꾼 것이다. 그건 하나님 마음대로다. 졸업장이라는 세상을 나는 날개가 없던 그녀에게 하나님은 미국 일류대학의 학위를 달아 주었다.
 
이른 새벽 만 명의 열광하는 경건한 성도들의 앞에 놓인 무대에는 어떤 인기스타도 서기 힘들다. 바로 그 자리에서 그녀는 체험으로 겪은 진리를 노래하고 있었다.
 
예수가 작고 못난 여자가 되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공중에는 은빛가루 같은 감동들이 번지고 있었다. 성경을 보면 유대인들은 예수에게 눈에 바로 보이는 기적을 요구한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비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내려와 보라고 한다. 예수는 현실에서 무기력한 패배자가 되어 죽는다. 그러나 사흘 후에 부활이란 형태로 놀라운 진짜 기적을 일으켰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기적은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사람들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하나님은 134센티의 그녀를 다이어몬드같이 빛나는 공주로 부활하게 하셨다.〠

엄상익|변호사, 크리스찬리뷰 한국지사장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