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도 않고 이내 친해진다
산골짝을 힘껏 달려온 물도 외양간 지붕을 타고 내린 물도 꽃 마당을 지나온 물도 만나자마자 하나가 된다
서로 속살까지 내보이기 때문일까, 처음 만났을 때 인사하느라 조금은 떠들썩했다가도 이내 제자리를 찾아 조용하다
자리다툼할 줄도 모르고 뽐낼 줄도 모른다
차례를 지켜 흐르면서도 조금씩은 나누어 땅 속에 스며들어 이름 모를 들풀들을 자라게 하고
조금씩은 증발케도 하여 아름다운 구름으로 노닐다가 훗날 단비로 내려져서 싱싱한 생명나무를 기르고
아, 그렇게 흐를 수는 없을까 우리 모두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글|김명동|편집인,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사진|권순형|발행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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