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송영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8/28 [22:11]


‘기다리는 마음’이란 노래가 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은 오지 않고/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린다.

 

오지 않은 님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이 절절하다. 목회란 누군가 기다리는 마음 같다. 20년이 지났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하다.

 

기다림의 목회

 

20년 전 작은 투 베드룸 유닛에서 개척을 하였다. 개척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최영기 목사가 쓴 가정교회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나서이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신약교회처럼 집이 교회가 되어 평신도들이 목양하는 모습이 성경적이라는 것에 동의가 되었다. 그런 공동체가 이민교회에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작정 책에 있는 대로 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집에서 목장모임을 시작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목장모임을 한다고 하니 푸른 초원에 양과 소들이 있는 목장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도 대상자를 위해 기도하던 중에 옆 유닛에 사는 부부가 생각나 우리 집에서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자고 초대하였다.

 

마치 부부는 TV에 나오는 건강프로를 보고 한 달간 채식만 먹었다고 하였다. 부부는 삽겹살에 마음이 녹아 초대에 응했다.

 

그 부부는 남편은 집안 대대로 불심이 깊은 집안이라 4월 초파일이면 연등을 만들어 장식한다 했다. 또 아내는 한술 더 뜬다. 오래 전 점쟁이에게 점을 봤는데 “당신은 40대에 새벽에 교회에 가다가 교통사고 나서 죽을 운명이다”라고 하며 교회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단다. 지금은 부부가 목자가 되어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목장모임은 하나둘 늘어 지금 목회하고 있는 교회의 기초가 되었다.

 

목회의 대부분의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시티에 사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어려우면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한 명의 성도가 귀한 그때 나오지 않는 그 가정에 심방을 갔다. 당시 바람이 무척 불던 겨울이었다. 벨을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시드니의 바람부는 겨울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고층 아파트 앞에서 오돌오돌 떨며 기다렸다. 3시간이 지나서야 남편이 왔다. 그의 말인 즉 집에 아내가 있는데 몸이 안 좋아서 대답을 안 했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목회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한 가정, 한 가정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기다린다. 그리고 회복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기다리는 목자

 

목장이 하나둘 늘어가기 시작을 하였다. 이제는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보고 배운 대로 목자들이 목양을 한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신약교회처럼 집이 교회가 되어 집집이 돌아가는 가정교회의 모습이다.

제는 평신도들이 목사와 같이 목양을 하고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고 매주 목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목자들은 목장 모임 하는 날이면 기다림으로 하루를 보낸다. 차가운 새벽에 목장식구들을 향한 애절한 기도 소리는 목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목자들은 오늘 목장모임에 오는지 전화를 하고 카톡을 보내고 답신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

 

시간이 되면 밖에 나가 주차할 곳이 있는지 살펴본다. 시간이 되어도 안 오면 카톡을 보낸다. 늦더라도 오겠다고 답이 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온다고 했는데 목장 모임 당일에 가면 못 올 수 있는 변수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장식구들이 집에 가득하면 목자는 그렇게 행복해 한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살던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렇게 한 영혼 한 영혼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고 제자로 세워져 목양하는 모습을 보니 목회의 기쁨이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느 주일 이름만 알던 한 형제가 주일예배에 참여했다. 한 목장에서 오랜 시간 기도하며 섬기는 형제였다, 그는 7년간을 목장에 밥 먹기 위해 나오다 결국 교회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7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며 섬겨준 목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뒤 그 형제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을 때 목자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형제도 목자가 된 것이다. 성경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기도가 유창한 것도 아니다. 목자 면담을 하는데 그 형제의 고백이 아름답다.

 

“한 영혼이라도 제가 구원하여 섬길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붉어진 눈시울에서 한 영혼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기다림의 천국잔치

 

예수님은 천국을 말씀하실 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들이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즐기는 잔치로 표현하셨다.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죄인들이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는 자리요, 하나님의 가족 되었음을 선포하는 자리이고, 천국 잔치를 맛보는 자리였다. 주인은 잔치 시간이 다 되어 종들을 보내어 초대를 하시고 기다리신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였다. 잔치 시간이 되어, 그는 자기 종을 보내서 '준비가 다 되었으니, 오십시오' 하고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말하게 하였다.”(눅 14:16-17)

 

목자들의 목장은 천국잔치를 배설하고 기다림과 같다. 천국의 잔치에는 영적인 식단이 다양하다. 찬양이 있고, 고백이 있고, 격려가 있다. 섬김과 사랑이 있고 위로와 치유가 있다. 영적인 가족들이 한 주간 살면서 하나님 만난 경험 간증을 하고, 말씀으로 살아낸 나눔을 한다.

 

매번 모일 때마다 다른 사건 다른 경험 다른 은혜가 있다. 마치 식사 때마다 반찬이 다르게 나오듯이 맛이 다른 것이다. 어떤 날은 깊은 나눔과 고백과 위로가 있고 어떤 날은 치유와 감사와 승리가 있고 어떤 날은 실패와 절망과 아픔도 있다. 어떤 날은 용서와 용납이 있다.

 

이런 다양한 맛들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삶 속에서 천국을 경험한다.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인지 깨닫는다. 인생을 이겨나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

이제 기다리는 마음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한 영혼이 천국잔치에 참여하게 될 기대감… 오늘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기다리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목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송영민|시드니수정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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