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속한 자

원영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1/23 [19:00]

 

 ©Pawel Czerwinski.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케언즈는 일 년의 기후가 딱 두 가지로 구분된다. 건기와 우기인 것이다.

 

보통 12월부터 4월까지 우기이고, 5월부터 11월까지 건기로 본다. 혹시 독자 중에 앞으로 케언즈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 있다면 우기보다는 건기에 오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특히 지금 같은 1월은 일 년 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한국으로 말하면 장마 시즌인 것이다. 거의 한 달 내내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지난 약 3주간 비가 내리는 날이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회의 참석차 비행기를 타고 호주의 다른 도시를 일이 있었다. 비행기를 타는 날, 그날 아침도 케언즈 공항하늘은 검은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비행기를 탔는데 창문쪽 자리여서 밖의 풍경을 잘 볼 수 있었다.

 

비행기는 출발하자마자 정상고도를 잡기 위해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몇 겹으로 된 진한 흑회색의 두꺼운 구름층이 계속되었다. ‘저런 두꺼운 구름 때문에 계속 비가 내리는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더 올라가자 그때 정말 놀랍고도 상쾌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었다.

 

땅에서 보던 어두운 하늘은 온 데 간 데 없고 보통 건기때 보는 티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졌고, 거기다 따스한 햇살까지 덤으로 비춰지는 것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맑고 푸른 하늘. 거기에 밝은 햇살까지. 정말 눈은 밝아지고 가슴까지 시원해짐을 느끼면서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땅에서 볼 때 구름이 짙게 끼어 있더라도, 높은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다고 하는 것을 ...”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별의별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정말 마음을 힘들게 하고 어둡게 하는 일들도 있다. 세상 근심의 먹구름이 마음을 뒤덮고 환난의 빗줄기가 내리치는 것이다. 그때 마음은 우울해지는 것이 고생을 살아갈 소망이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힘들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하나님의 백성은 땅에서 보는 어둡고 침침한 상황이 아닌, 그 하늘 구름 너머에 여전히 빛나는 태양과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줄 아는 사람이리라. 아니 볼 줄 알 뿐만 아니라 그 차원(수준)에서 삶을 누리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심을 받았으면 위엣 것을 찾으라 거기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느니라 위엣 것을 생각하고 땅엣 것을 생각지 말라” (골 3:1-2)

 

“Since, then, you have been raised with Christ, set your hearts on things above, where Christ is seated at the right hand of God. Set your minds on things above, not on earthly things” (Colossians 3:1-2)

 

땅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에게는 계속되는 먹구름과 내리는 빗줄기에 마음이 우울해질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국 그것도 다 지나가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해주고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날도 땅에서 바라보는 자의 시야가 아닌 하늘에 올라가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세상을 살아도 하늘에서의 뷰(View)를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하늘은 밝은 태양과 푸르름으로 항상 열려 있으며 단순 참음으로 사는 것이 아닌 누림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믿음을 가진 자의 축복과 능력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환난과 질고와 사고 많은 세상살이에서 누구나 힘들고 지칠 수 밖에 없지만 그러나 그때마다 믿음의 눈은 하늘을 바라보게 해주고 그 하늘 너머에 있는 밝음과 푸르름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다.

 

예수님은 공생애 사역에서 많은 기적들을 행하셨다. 오병이어로 오천 명 이상을 먹이셨고, 많은 병든 자들을 고쳐주셨고 심지어는 죽은 나사로도 살려주셨다.

 

물론 이런 기적의 역사들이 세상에서 고난당하는 자들을 구원해 주시는 예수님의 실질적인 능력을 보여주시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기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셨던 목적은 ‘하늘 천국’에 관한 것이었다.

 

하늘 천국에는 배고픔이 없으며, 하늘 천국에는 아픈 것이 없으며, 하늘 천국에는 죽음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실제적인 천국의 모습이 이 땅에서도 실현될 수 있음을 예수님은 삶을 통해 직접 보여주신 것이다.

 

그 예수님으로 인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 천국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천국의 삶을 사모하게 되었으며 그 하늘의 삶을 이 땅에서도 체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하늘을 체험했던 초대교회 성도들은 자신들의 주변을 천국과 같은 사랑과 기쁨과 나눔과 평화가 넘치는 곳으로 변화시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기도한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옵시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라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알듯이, 하늘 천국도 천국의 삶을 누리는 사람이 아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심각한 병에 걸려 돌아가실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절에 다니던 집안이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지만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하며 죽음을 앞두고 계실 때 어느 전도자가 병상에 있던 어머님에게 예수님을 전하였고, 어머님은 ‘죽어도 예수믿고 죽자’라는 생각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다가 병이 낫는 기적을 체험하셨다.

 

그 이후로 어머님은 당신의 자녀들에게 교회 다니라고 하여 나를 비롯한 남매들에게는 교회생활이 시작되었지만 믿음을 거부하던 아버님의 핍박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버님의 극심한 핍박 속에서도 하늘의 기쁨을 누리셨던 어머님은 고난을 이겨 나가셨고, 나중에 아버님도 결국은 교회에 나오시는 역사가 일어나며 어머니의 자녀인 6남매 중에 3남매가 지금 목회를 하고 있는 가정이 되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밝고 푸른 기운을 가진 자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도전과 용기를 주는 자가 될 수 있는 삶. 그래서 함께 세상의 구원을 위해 힘쓸 수 있는 삶, 바로 그것이 우리 크리스찬의 삶이자 능력이리라.

 

어둠과 칙칙함이 지배하던 이 세상에 오셔서 온갖 고난과 환난을 당하신 예수님도 하늘(하나님)이 주는 평안과 소망으로 그 모든 것을 이기고 승리하며 세상을 변화시키신 것을 보면서 항상 푸르른 저 높은 하늘(sky가 아닌 heaven)에 속한 자의 삶을 살 것을 더욱더 사모한다.〠

 

원영훈|케언즈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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