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분모가 절실하다

이명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01/26 [11:22]

▲ 네이버·다음 화면 캡쳐     

 

세상은 지금 세대 간의 충돌 중이다. 한국 사회는 세대 간의 충돌을 더 크게 겪고 있는 것 같다.

 

수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친구 목사에게 이민 목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회중들과 영어를 사용하는 회중들이라는 두 나라 사람들을 목회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말을 했더니 그 말을 듣자마자 친구 목사는 한국 목회도 두 나라 목회라는 것이다.

 

어른들 나라와 아이들 나라. 그렇게 두 나라 목회라서 똑같이 어렵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때는 친구 목사의 그 말이 그토록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최근에 들어서 친구 목사의 말이 참으로 피부에 크게 와닿고 있다.

 

목회자로서 나는 필연적으로 모든 세대의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걸맞은 노력도 한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를 가끔 만나면서 나의 이런 마음이 어떤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나와 요즘 세대 간에 공통분모가 별로 없다는 것을 자주 발견한다. 지금의 세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들과 몇 번 대화를 나누다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했다. 요즘의 세대는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어느 주요 신문도 그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1020세대 98%는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다.

 

요즘 세대는 신문은커녕 TV도 안 본다. 기성 세대인 우리는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의견을 나눌 때, 그 소재는 당연히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뉴스가 가장 기본이다. 그러니 신문도 안 보고 TV 뉴스를 보지도 않는 지금의 세대들과 대화를 하노라면 공통분모가 잘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세대들이 전혀 뉴스나 방송을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기성세대가 소비하는 내용과는 크게 다르게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의 젊은이들은 포털(portal, 예를 들면 네이버, 다음 등등)이 제공하는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젊은이들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많은 기성 세대들조차도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를 주로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듯이 포털들은 자체적으로 기자들을 두고 뉴스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포털들은 신문사들이 만들어 놓은 뉴스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또는 포털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모아서 올려놓는 것뿐이다.

 

당연히 의문이 든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에게 질문한다. 왜 신문사의 뉴스나 공중파 TV의 뉴스를 보지 않는가? 그들은 신문사나 공중파 TV 뉴스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이 당연히 일어난다. 포털이 올려놓는 뉴스를 무슨 근거로 더 신뢰하는가? 신문사의 뉴스는 그래도 기자가 직접 작성하는 원문이라 할 수 있는 반면에 포털이 올려놓는 것은 그 원문의 그대로의 전달이나 또는 복사본이 아닌가? 원문보다 복사본이 더 권위가 있던 적이 있던가?

 

더구나 포털들은 주요 언론사들이 만들어 놓은 뉴스가 아니라 신뢰성은 낮고 편향성은 높은 언론사들이 만들어 낸 뉴스들을 소위 찌라시도 입맛에 맞으면 높여 놓는 일을 얼마든지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여 포털 소비자들을 입맛에 맞게 끌고 가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주요 신문사의 뉴스나 공중파 TV 뉴스도 가짜뉴스를 방송하기도 하여 신뢰를 잃기도 한다. 요즘은 그런 일이 꽤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포털에 더 신뢰를 주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대 간 대화에 가장 필요한 공통분모가 사라지고 있는 일은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에서 이런 점을 염려하고 있는 목회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성경과 가정이 가장 좋은 대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경은 시대를 초월한 변함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적어도 건강한 크리스찬이라면 그 점만큼은 분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모든 세대의 크리스찬 가정들을 묶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통분모임에 틀림없다. 믿음은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고, 또한 하나님께서 무엇을 해오고 계시는지를 아는 것인데,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무엇을 해오셨는지에 대한 기록이 가득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크리스찬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제대로 보게 해야 할 것이며, 성경에서 그렇게 일하시는 하나님은 지금도 그렇게 일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할 것이다.

 

구세대건 신세대건 크리스찬이라면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하신 분명한 일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를 버리고 다른 말을 한다면, 그건 용납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할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도 많은 크리스찬들이 성경이 말씀하는 그 하나님이 지금도 내 주변에서 그렇게 일하시고 계시다는 생각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크리스찬 부모들이 자녀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하고픈 생각이 커서인지 자신들의 세대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주길 꺼려 한다. 세대 간이 멀어지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크리스찬 가정 안에서 세대가 멀어지는 것은 사회 전체에서 세대가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지금의 시대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한다고 탓하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정에서 자녀들과 같이 기도하면서 나누어 공통분모를 구축해 가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대이다.〠

 

 

이명구|시드니영락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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