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

원영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02/27 [14:14]

내가 살고 있는 케언즈는 사시사철 기온이 따뜻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강수량이 풍부해 늘 푸르름을 유지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따뜻한 기후와 자연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하루의 삶에 늘 감사하고 있다.

 

예전에 어느 목사님께서 “케언즈에 사셔서 덥지 않으세요?”라고 물을 때, 나의 대답이 “예, 덥지만 덕분에 늘 푸르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긍정의 마인드가 투철하다는 의미의 답을 들은 기억이 있다.

 

날씨가 덥고 강수량이 풍부하다 보니 잔디가 아주 잘 자란다. 그래서 집 뜰의 정원과 잔디를 자주 관리해 주어야 한다. 바빠서 타이밍을 놓치고 어느 이상 잔디와 주변의 나무들이 자라면 그것을 깎고 다듬어주는 시간도 거의 반나절 넘게 들여야 하는 때도 있다.

 

정원을 가꾸면서 특히 더운 날에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야 하지만 감사한 일이 있다. 당연히 집 뜰이 깔끔해졌으니 기분도 좋고 가족들도 좋아하는 것도 감사하지만 가드닝(gardening)을 하면서 깨닫는 것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

 

1. 씨

 

가드닝에서 ‘씨’는 너무 중요하다. 어떤 ‘씨’를 심느냐에 따라 그 정원의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호박씨를 심으면 호박밭이 되는 것이고, 꽃을 심으면 꽃밭이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씨를 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무리 화려하게 피었던 꽃도 나중에는 모두 시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아름다웠던 모습은 사라지고 좀 심하게 표현하면 추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우리 인생이고, 인생이 도모하는 모든 일들의 결국이 아닐까 싶다.

 

우리를 정말 유익하게 해주고, 영원히 시들지 않게 하는 씨는 없을까?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이사야 40:6,8)

 

“그래. 우리 인생을 가장 복되게 해주고 영원히 아름답게 해 주는 씨는 ”말씀의 씨” 밖에 없구나”를 깨달으며 “말씀의 씨를 열심히 뿌리게 하시고 말씀의 씨를 제안에 열심히 심게 하소서”라고 가드닝하면서 그런 사모함을 갖게 된다.

 

2. 밭

 

‘씨’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밭’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씨를 뿌려도 좋은 밭에서는 열매를 많이 거두는 것이고, 안 좋은 밭에서는 열매를 거두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목회를 하면 할수록 깨닫는 것은 똑같은 말씀의 씨를 뿌려도 말씀을 듣는 자들의 마음 밭이 다르면 그 열매를 맺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사람의 마음 밭을 네 가지로 말씀셨다.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요, 길가에 있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니 이에 마귀가 와서 그들로 믿어 구원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 말씀을 그 마음에서 빼앗는 것이요, 바위 위에 있다는 것은 말씀을 들을 때에 기쁨으로 받으나 뿌리가 없어 잠간 믿다가 시험을 받을 때에 배반하는 자요, 가시떨기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니 지내는 중 이생의 염려와 재리와 일락에 기운이 막혀 온전히 결실치 못하는 자요,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누가복음 8:11-15)

 

그러면서 또 사모하게 된다.

 

“주님, 제 마음이 착하고 좋은 밭이 되어서 말씀의 씨를 받는 대로 열매 맺는 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3. 때

 

가드닝 하면서 ‘때’(timing)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씨도 적당한 때에 심어야 하고 잔디깎기도 때를 놓치면 그 이후에는 몇 배의 에너지를 들여서 깎아야 하는 부담을 가져야 한다. 과일도 제철 과일이 제일 맛있고 신선하다고 하지 않는가.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때")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시편 1:3)

 

“주여, 때를 놓치지 않게 하시고, 가장 적당한 때에 말의 열매, 만남의 열매, 행위의 열매를 맺게 하여 주옵소서” 깨달음으로 사모하게 된다.

 

4. 가지 치기

 

가드닝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은 쓸데없는 가지는 부지런히 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분재나무는 처음부터 필요 없는 가지들을 쳐내고 방향을 잘 잡아주어야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게 된다. 큰 나무에서 쳐 낼 가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그 가지가 굳어져서 가위로 자를 수 있던 것을 더 힘을 들여서 톱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게 되거나 아예 나무의 모양을 망쳐놓게 된다.

 

특히 자녀양육에 있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어야지 나중에 커서 이미 그 생각이나 자세가 굳어진 뒤에 바로잡으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이다. 어떤 때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한다.

 

“주여, 저와 자녀들의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인생의 가지는 그 싹부터 부지런히 쳐 주시옵소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자라게 하여 주옵소서” 가드닝하며 사모하게 되는 것이다.

 

5. 잡초 제거

 

가드닝하면서 놀라는 것 중의 하나는 화초는 애를 쓰고 관리해야 잘 자라나지 신경 쓰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죽지만, 잡초는 관리를 따로 안 해주어도 어디서 생겼는지 너무나 쉽게 잘 생기고 잘 죽지도 않고 자라기도 아주 빠르게 자란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방치하면 나중에는 잡초가 화초를 다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좋은 것은 힘쓰지 않으면 되지 않고 나쁜 것은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이 인간의 죄성인 것을. 좋은 것은 가르쳐주어도 잘 못하지만, 나쁜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잘하는 것이 사람인 것이다.

 

정원을 관리하며 인간의 본성을 보게 된다.

 

“주여, 모든 일에 부지런하게 하시고 힘쓰게 하여 주옵소서. 인생의 화초로 잘 가꿔가게하여 주옵소서” 가드닝하며 사모하게 된다.

 

6. 둘로 갈라짐

 

가드닝하고 나면 두 부분으로 딱 구분이 된다. 깔끔하게 남아있는 것과 버려야 할 식물 쓰레기로 말이다. 한동안 둘은 같은 정원에 있었지만 가드닝하는 한순간에 둘은 갈라져 한쪽은 그 자리에 남는 쪽으로 다른 한쪽은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어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마태복음 13:30)

 

“주여, 나중에 주님이 구분하실 때 주님 천국 곡간으로 들어가는 알곡 성도되게 하여 주옵소서” 가드닝하면서 기도하게 된다.

 

이 외에 정원을 가꾸면서 깨닫는 것들이 독자분들에게도 있으시리라 생각된다. 필자가 정원 관리만큼은 직접 하려는 이유도 거기서 얻는 깨달음의 유익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아름다움은 어떤 절대적인 조건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그것이 순경이든 역경이든 모든 생활 속에서 진리로의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다면 분명 발전적이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원영훈|케언즈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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